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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시프트업, 유휴 자금 금융 자산 재배치 '운용 본격화'

전년 대비 금융자산 약 70% 증가, 4분기 투자목적 기구 신규 편입

정유현 기자  2026-03-03 19: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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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유가증권 상장사 시프트업이 유동성 전략에 변화를 줬다. 2024년 상장 당시 유입된 공모자금과 영업활동으로 축적한 현금을 지난해 금융상품과 투자자산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사주 매입에 따른 현금 유출도 있었지만 금융자산 확대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해 현금 보유 비중이 낮아졌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존 IP의 장기 흥행으로 이익잉여금이 축적되고 있어 자금 운용의 선택 폭도 확대된 상태다.

◇전년 대비 현금성 자산 62% 감소, 금융 투자 확대로 연결 재무 재표 첫 작성

3일 시프트업이 정기 주주총회 소집을 위해 제출한 13기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2025년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101억원으로 전년 말 2893억원 대비 약 1790억원 감소했다. 반면 금융자산은 약 3850억원에서 667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 현금흐름에서 금융자산 취득과 관계기업 투자 등 자금 집행이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현금 감소는 단순 소진보다는 자산 재배치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프트업은 2024년 7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총 4297억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했다. 공모 당시 시설자금 1147억원, 운영자금 3150억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실제 집행액은 약 519억원으로 대부분 개발비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시설자금은 집행 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 미사용 공모자금 약 3778억원은 정기예금과 단기금융상품에 예치돼 운용되고 있었다. 4분기 들어서는 자금 운용 방식에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및 NPL 관련 투자신탁 4개가 신규 설립돼 연결 범위에 포함됐으며 이들 종속기업의 자산 규모는 합산 약 838억원 수준이다. 투자 목적 종속기업을 편입하면서 2025년 4분기부터 연결 재무제표를 처음으로 작성했다.

이들 기구는 영업 활동을 목적으로 한 회사라기보다 특정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설계된 투자 목적 특수기구 성격으로 영업수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부동산 대출채권, 메자닌, 담보자산 등 금융투자 자산을 보유하며 운용 성과는 평가이익이나 이자수익 형태로 반영되는 구조다.

회계적으로는 단순 금융상품 보유가 아니라 지배력을 갖춘 종속기업으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현금 보유 비중은 낮아졌지만 투자자산 편입과 이익 축적이 맞물리며 총자산 규모는 오히려 크게 확대됐다. 총자산은 2024년 말 8038억원에서 2025년 말 1조853억원으로 약 2815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의 장기 흥행으로 약 1911억원의 순이익이 추가로 축적되면서 이익잉여금이 2191억원에서 4102억원으로 늘어난 점도 자산 증가를 견인했다.

◇본업 투자 확대 속 주주환원 정책 시험대

유휴자금은 당분간 운용을 병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본업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프트업은 기존 IP의 장기 흥행 구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차기 플래그십 타이틀 개발과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안정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후속 프로젝트와 신규 IP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며 콘솔 중심이던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플랫폼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대형 프로젝트 'Project Spirits'도 글로벌 파트너사와 공동 개발 체제를 구축하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토대로 개발 투자와 사업 확장을 병행하는 구조다.

주주환원 정책도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시프트업은 2024년 상장 이후 2025년까지 두 차례 결산을 거쳤지만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약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으나 배당이 없어 주주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환원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의 환원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시프트업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중 중장기 주주환원 방향성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실행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정적인 실적과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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