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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휴림에이텍은 올해 재무개선을 선결 과제로 정했다. 무상감자에 이어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까지 강행하고 있다. 사실상 주주들이 부담을 지는 구조다 보니 투심은 위축된 분위기다.
휴림에이텍은 자본시장에서 풍파를 겪었다. 한때 시장에서 퇴출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지난 2022년 코스닥 상장사인 휴림로봇을 새주인으로 맞이했고 이듬해 사명을 디아크에서 휴림에이텍으로 변경했다. 지금도 휴림그룹 내에 속한 코스닥 상장사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자동차 내·외장재 납품을 이어왔다.
사업도 안정적인 편이다. 지난 2022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35억원, 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43억원, 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익기조 역시 유지했다.
시장에 복귀한 뒤 사업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과거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다. 결손금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재무구조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휴림에이텍의 결손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578억원 수준이다.
휴림에이텍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10대 1 무상감자 진행 이후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상감자가 완료되면 자본금은 424억원에서 42억원으로 축소된다. 여기에 주식 수도 8493만6926주에서 849만3692주까지 감소한다.
핵심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다. 약 235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조달자금 중 100억원이 채무상환에 쓰인다. 나머지 80억원은 시설자금에 55억원은 운영자금에 활용될 전망이다. 채무상환 자금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사실상 주주들의 돈으로 빚을 갚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주주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휴림에이텍 전환사채(CB) 물량 출회로 주가가 하락한 이후 주주들이 또다시 부담을 지는 꼴이라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CB물량 출회를 전후로 휴림에이텍의 주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500원 전후를 기록하던 주가가 단숨에 최고 1498원을 기록했다.
이 시기에 100억원 규모의 15회차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됐다. 처음 전환 청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로 약 두달만에 100억원 전량이 주식으로 전환됐다.
주식으로 전환된 물량만 1872만6591주다. 15회차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 총 주식 수 대비 28% 달하는 물량이었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534원으로 CB가 주식으로 전환된 시기에는 주가가 모두 전환가액을 상회했다. 보수적으로 책정해도 30% 수준의 이익 실현이 가능했다. 사실상 주가 상승 시기에 재무적 투자자(FI)가 돈잔치를 벌인 셈이다.
다만 대규모 물량이 쏟아진 이후 주가도 흘러내렸다. 최고 1498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두달도 채 지나지 않아 500원대로 떨어졌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연일 주가 하방 압력이 강화되는 이벤트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무상감자와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더벨은 이날 휴림에이텍 측에 질문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질문지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