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가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단기 자금 조달에 나서며 재무 전략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초단기 CP 발행을 시작으로 매 달 차환을 이어가며 규모를 점차 확대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신용평가사로부터 CP 신용등급까지 획득하면서 시장 접근성을 넓혔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두고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압구정 명품관 리뉴얼 등 중장기 프로젝트가 예정된 가운데 단기 금융시장을 활용한 유동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CP 발행 확대…단기 자금 조달 창구 확보 16일 유통업계에 다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3일 3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오는 31일 만기가 돌아오는 초단기 CP로 할인기관으로는 우리투자증권이 참여했다. 앞서 발행한 단기 CP의 차환을 목적으로 한 발행으로 풀이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12월부터 CP 발행을 통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만기 1개월 내외의 초단기 CP 형태를 발행한 뒤 차환을 이어가며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몇 년 동안 CP 발행이 없었던 곳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상환 채무증권은 2024년 발행했던 3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가 전부다. 대부분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차입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작년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금융기관 차입금은 1415억원으로, 2024년 말 850억원 대비 증가세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12월 26일 만기 5일짜리 CP 2건을 각각 100억원 발행하며 단기 자금 조달에 처음 나섰다. 이후 올해 1월 12일 200억원, 1월 30일 250억원을 발행하며 차환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3월 3일 만기 28일물 CP 300억원을 발행했다.
이달에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기업어음 단기신용등급 A2-를 신규로 획득했다. 기업어음 등급은 발행 기업의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A2- 등급은 투자적격 범주에 속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단기 상환 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된다.
CP는 회사채나 은행 차입과 비교해 발행 절차가 간소하고 자금 조달 시점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기가 1년 미만인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발행 속도가 빠른 것도 특징이다. 한화갤러리아 측 역시 이를 활용하기 위해 CP 조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은행 차입 외의 추가 조달 채널을 확보해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9000억 투자 앞두고 재무 전략 변화 한화갤러리아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국내 백화점 운영사 실적은 회복세이나 업체 간 경쟁 강도는 예전 대비 올라갔다. 인바운드 수요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만큼 이를 끌어들일 수 있는 랜드마크 업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매장 수가 적은 한화갤러리아는 주요 지점의 재건축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주된 대상은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이다. 오는 2027년부터 2033년까지 6년 동안 진행되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약 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백화점 부문 거래액에서 압구정 명품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인 만큼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파이브가이즈 매각 역시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투자 수요가 커진 만큼 자금 운용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의 재무 부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한화갤러리아의 총차입금은 2023년 말 4033억원에서 2025년 9월 말 6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수도 상승하며 재무 레버리지 부담이 확대됐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자금 조달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신용등급 취득에도 나선 만큼 향후 단기 CP 활용 선택지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한 담보 여력과 그룹 지원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
주요 회사들 역시 CP를 활용해 조달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백화점의 기업어음 미상환 잔액은 500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도 차환 등을 목적으로 신규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500억원 규모의 만기 5개월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 업황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던 편은 아니다"라며 "인바운드 수요가 실적 회복의 원동력인 만큼 리뉴얼 등 투자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