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의 고질적인 문제는 외형이 아니라 수익성에 있다. 다국적제약사 도입 품목 유통을 중심으로 성장한 전략이 저수익성 부메랑이 됐다. 그러나 2025년 실적에서는 매출이 줄었음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도입 품목 비중 축소로 원가율이 개선됐다. 청산을 앞둔 관계기업 펀드의 일회성 지분법이익이 순이익을 추가로 끌어올렸다.
◇저수익 딜레마 직면, 도입 품목 줄이고 포트폴리오 전환 제일약품은 한국화이자제약 출신의 성석제 대표이사 사장이 부임하면서 도입 품목 중심의 확장 전략을 추진했다. 전체 매출에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76%, 2024년 71%에 달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뒤따라오지 못했다. 영업이익률이 1%대를 밑도는 저수익 구간에 머물렀고 2024년에는 영업손실 14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돌파구는 포트폴리오 전환이었다. 자체 신약 자큐보를 필두로 고마진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성을 바꾸면서 도입 품목 비중을 줄였다. 만료된 코프로모션 품목이 있었던 점도 상품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2025년 별도 매출액은 5713억원으로 전년 6984억원 대비 1271억원(18.2%) 감소했다. 상품 매출이 4938억원에서 3676억원으로 1262억원 줄어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품 매출 감소는 1999억원에서 1889억원으로 소폭에 그쳤다. 전체 매출에서 상품 비중도 64%로 낮아졌다.
외형 축소는 외려 매출원가율 개선으로 이어졌다. 매출이 18.2% 줄어드는 동안 매출원가는 27.3% 감소했다. 전체 매출원가율은 전년 75.9%에서 67.5%로 8.4%포인트 낮아졌다.
◇영업익·순이익 모두 흑자전환, 펀드 이익은 일회성 원가율 개선에 힘입어 매출총이익은 1855억원으로 전년 1678억원 대비 177억원(10.5%) 증가했다. 판매비와관리비는 1771억원으로 전년(1819억원)보다 48억원 줄었다.
판관비 감소를 이끈 것은 세금과공과였다. 전년 196억원에서 7억원으로 189억원 급감했다. 세금과공과는 부동산 취득이나 자산재평가 시 취득세, 재산세 등이 일시에 반영되는 경우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가 이듬해 정상화되는 패턴을 보인다. 2024년 자산재평가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세금 부담이 2024년에 집중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경상개발비는 291억원에서 354억원으로 63억원 늘었고 지급수수료도 357억원에서 403억원으로 46억원 증가했다. 코프로모션 계약 종료로 상품 원가는 줄었지만 관련 수수료 부담이 판관비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2025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41억원의 영업손실에서 224억원의 손익 개선이 이뤄졌다. 당기순이익은 164억원으로 전년 220억원 순손실에서 이익전환했다.
순이익 개선의 이면에는 관계기업투자손익 155억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제일약품이 지분법으로 평가하는 에스앤피혁신기술1호조합(지분율 35.71%)의 당기 순손익이 전기 16억원에서 434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지분법 손익이 전년 6억원에서 155억원으로 뛰었다.
이 조합의 존속기한은 2026년 1월 20일까지다. 현재 보유 자산 처분을 통한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155억원의 투자이익은 반복되기 어려운 일회성 성격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자큐보가 성공하면서 회사 내 비중이 높아졌고 판매 호조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익도 늘었다"며 "올해도 자큐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