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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아 "현금 여력 빠듯, 자사주 매입 계획 없어"

계열사에 자본 쏠려 본사 재무 취약…차입 상환 급급

이종현 기자  2026-03-27 07:47:03
가비아가 올해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 계획이 없음을 공식화했다. 과천 신사옥 및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차입한 금액의 상환 일정이 도래해 현금 여력이 빠듯하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칩플레이션)에 따른 자본적지출(CAPEX·캐펙스) 부담도 커지면서 '짠물 배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가비아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묻는 주주 질문에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 현금 사정상 주주환원에 추가 재원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가비아가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현금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22억원이다. 부채비율은 67.9%로 재무 상태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이는 연결 기준에 한한 얘기다. 별도 기준으로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26억원에 그치고 부채비율도 142.2%로 껑충 뛴다.

자본이 계열사에 쏠린 탓이다. 가비아의 상장 계열사인 KINX·엑스게이트·에스피소프트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각각 130억원·177억원·121억원이다. 부채비율도 KINX 44.4%, 엑스게이트 41.5%, 에스피소프트 14.1%로 양호하다. 계열사들이 탄탄한 재무 체력을 유지하는 사이 가비아 본사만 홀로 취약한 구조다.


현금 사정이 악화된 직접적인 계기는 과천 신사옥 및 데이터센터 건립이다. 가비아는 2024년 과천에 토지면적 1만1996㎡, 연면적 5만4725㎡ 규모의 신사옥을 완공했다. 계열사 전반이 입주한 이 건물에는 568억원이 투입됐다.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대금을 납입했지만 가비아 본사의 부담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가비아의 총차입금은 2020년 224억원에서 2022년 464억원, 2024년 1034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일부 상환으로 979억원으로 줄었지만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330억원에 달한다. 보유 현금을 웃도는 규모인 만큼 대환이 불가피하다.

원종홍 대표는 주총 현장에서 "과천 신사옥 및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차입금 규모가 약 750억원 정도 되는데 상환 일정이 도래하고 있다"며 "만기를 연장했지만 일부는 상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칩플레이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그는 "최근 칩플레이션으로 인프라 원가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클라우드 사업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피한데 쓸 돈이 너무 많아 자사주 매입은 어렵다"고 전했다.

빠듯한 현금 사정은 '짠물 배당'의 근거로도 작용했다. 가비아는 올해 1주당 100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총액은 13억원으로 현금배당성향은 8.3% 수준이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배당금을 주당 180원으로 높여 달라는 주주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 대표는 상법 개정에 따라 보유 자사주에 대해 소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비아는 지난해 12월 상장 20년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소각 규모는 11만5000주로 발행주식총수의 0.8%였다. 현재 남은 자사주는 37만9215주다.

다만 전량 소각하는 것은 아니다. 37만9215주 중 교환사채(EB)에 묶인 주식이 3만4285주, RSU로 부여된 것이 11만7200주다. 실제 소각 가능한 자사주는 22만7730주로 발행주식의 1.6% 수준이다. 26일 종가(2만6850원) 기준 61억원 규모다.

가비아는 빠듯한 살림에도 사업 확장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맥쿼리자산운용과 안산에 4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향후 4~6년간 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KINX도 함께 투자에 참여하지만 각 주체별 부담 비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가비아 IR 담당자는 "차입금 상환에 칩플레이션에 따른 캐펙스 부담까지 겹쳐 현금 사정이 타이트한 것이 사실"이라며 "맥쿼리와의 데이터센터 협력을 비롯해 예정된 현금 유출 건이 여럿 있어 당분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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