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클로봇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인수합병(M&A) 승부수를 던졌다. 인수대금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물류자동화 분야 통합을 꾀하겠다는 전략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클로봇은 지난 3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추진을 결정했다. 예정발행가액은 3만6400원이다.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오는 7월 10일 확정발행가액이 산정될 예정이다. 이후 약 한달간 청약을 거쳐 8월 7일 신주가 상장된다.
이번 유증은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M&A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된다. 인수대금에 700억원, 인수 후 사업 확장을 위한 출자에 458억원, 해외법인 설립에 46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376억원은 추후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이번 딜은 재무적투자자(FI)인 펙투스컴퍼니와 합작법인(SPC)을 설립해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발행 주식 41만2428주(100%)를 1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클로봇은 이 중 700억원을 투자한다. 증권신고서 상 공개한 주식매매계약 체결시기는 오는 5월 말이다. 6월말에서 8월초까지 주식 취득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난 2024년 10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후에도 부침을 겪었던 클로봇이 돌파구를 모색한 결과로 풀이된다. 매출이 상장 당시 예측치를 따라가지 못한 상황이지만 서비스품목 중 물류 부문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관련 매출이 지난 2023년 7억원에서 2024년 65억원, 지난해 93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클로봇이 보유한 소프트웨어(SW) 역량으로는 WMS, WCS 등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판단에 올해 초 인수 결정을 내렸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은 대형 유통물류와 하이엔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300곳 이상의 고객 레퍼런스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의 물류 운영 역량에 클로봇의 로봇,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해 물류센터 전체를 로봇 중심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은 지난 1998년 삼성항공산업에서 분사해 삼오물류정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회사다. 2019년 사명을 바꾸고 SI사업에 진출해 물류 자동화 전문 솔루션 업체로 성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엇갈린 시각이 제기된다. M&A 후에도 흑자기조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은 지난 2023년 영업손실 277억원에서 이듬해 영업이익 7억원으로 턴어라운드했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클로봇의 영억손실이 57억원, 74억원, 3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적자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재무건전성도 부담이다. 클로봇은 적자누적에 지난해 결손금이 489억원까지 쌓인 상황이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도 결손금이 1361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합하면 결손금만 1850억원대다.
클로봇은 올해로 기술특례 상장에 따른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유예 기간도 끝나는 만큼 관리종목 지정 우려도 신경을 써야하는 시점이다. 최근 안정화됐지만 지난 2023년 85.83%로 손실률을 초과한 이력이 있다.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 각각 당해 사업연도말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
클로봇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재무상태가 안 좋아보일 수 있지만 잠재적인 영업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봐야하는 부분이라 미래 매출을 단정할 수 없지만 지난해 단순 계산으로 양사를 합하면 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