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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로젠바이오, 계열사 부채 'CB 전환' 단기 재무개선

이자비용 절감 효과, 총 발행 주식 93.3% 규모 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이기욱 기자  2026-06-02 09:32:55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에 나선다. 계열사 대출금을 전환사채(CB)로 전환하면서 이자비용 등 부채 부담을 줄인다. 전환 가능 발행 물량이 현재 상장 주식 수와 맞먹는 수준으로 소액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이달 4일 제20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 대상은 에이프로젠이 지분 76.61%를 보유한 의약품 도소매업 자회사인 앱토크롬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도 56.87%의 지분을 가진 에이프로젠으로 계열사에 CB를 발행하는 형태다.

표면이자율은 2.0%고 만기이자율은 4.0%다. 만기일은 2029년 6월 4일이다. 이번 발행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기업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없다는 점이다. 자금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자금'으로 기재됐으나 납입 방식은 앱토크롬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에 제공했던 기존 대여금 채권과 사채 납입금을 상계하는 구조다.

실제 세부 내역을 보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앱토크롬으로부터 총 9차례에 걸쳐 단·장기 자금 508억원을 빌렸다. 이번 CB 발행은 이 누적된 차입금 전액을 털어내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 대여금의 이자율이 연 4.6%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CB 발행을 통해 단기적인 이자 비용 부담은 다소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영업 이익을 통한 채무 상환이 아니라 계열사 대여금을 잠재적 지분으로 맞바꾼 '출자전환'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발행 규모가 초래할 비정상적인 지분 희석률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20회 CB의 최초 전환가액은 주당 3778원이고 이에 따라 향후 발행될 신주는 총 13446만267주다. 이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현재 기발행주식 총수인 1441만2374주 대비 무려 93.30%에 달하는 규모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절반가량 줄어든다. 여기에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리픽싱 조건(최저 조정가액 2645원)까지 감안하면 잠재 물량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만약 최저 한도까지 리픽싱이 진행될 경우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기발행주식 총수를 크게 상회하게 돼 희석 비율이 100%를 돌파하게 된다.

이러한 특수한 딜 구조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한계에 다다른 재무 상태를 방증한다. 올해 3월 말 재무제표에 따르면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20억원에 불과하다. 기타 유동금융자산 34억원을 포함해도 총 54억원 규모다.

총 유동자산은 766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에 비해서는 많지만 이 역시 유동부채 1883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미 발행된 미상환 사채 잔액만 1280억원에 달한다. 이번 20회 CB 508억원까지 더해지면 전체 미상환 사채 잔액은 1788억원으로 불어난다.

현재 발행된 CB만으로도 전체 잠재 주식 물량이 기발행주식 총수의 262.78%에 이르는 규모다.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정체된 상황에서 대규모 미상환 CB는 향후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오버행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계열사 관계에 있는 기업으로 실제 주식 전환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재섭 에이프로젠 회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당장 CB의 주식전환 계획은 없고 다양한 방면의 활용도를 감안해 대여금을 CB로 전환했다"며 "금리를 낮추는 효과도 있고 향후 에이프로젠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지분율을 높이고자 할 때 앱토크롬으로부터 CB를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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