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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권 모니터링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체질전환 속도전 손상차손 '제로'

영업권 267억 계상, 원료 대량구매·공동 마케팅 효율화 방점

변세영 기자  2022-12-09 16:53:17

편집자주

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계상한 영업권 무형가치가 2년간 손상 없이 보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태아이스크림이 운영비 등을 효율화하며 발 빠르게 체질전환에 성공한 데 따른 것이다.

빙그레는 올 3분기 기준 해태아이스크림의 영업권 손상차손 규모가 '제로(0)'다. 빙그레는 지난 2020년 해태제과식품의 빙과부문을 물적분할한 법인인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1325억원에 인수했다. 롯데제과 등에 맞서 빙과시장 점유율을 키우고자 한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빙그레는 영업권으로 267억원을 인식했다. 영업권은 인수금액이 피인수사의 순자산가치보다 많을 때 생기는 무형자산이다. 피인수기업의 경영노하우 등을 인정해 제공하는 프리미엄으로 웃돈 같은 개념이다.

사업 이전대가 내역을 살펴보면 해태아이스크림의 식별가능한 순자산 공정가치는 724억원에 그쳤다. 순자산 공정가치액은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 합산분에서 유동·비유동 부채를 감해 도출된다. 순자산 공정가치에 산업재산권(321억원) 등을 더하고 260억원 이상 영업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가가 1325억원으로 측정됐다.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사업결합 시 영업권은 손상검사를 수행해야 한다. 장래에 영업을 통한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보다 적으면 그만큼 상각해 비용으로 처리(손상차손)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영업권 손상차손은 손익계산서상 영업외비용으로 적용돼 인수기업 당기순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부라보콘 등으로 유명한 해태아이스크림은 빙그레에 인수되기 전 매출 역성장을 거듭해 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과거 해태아이스크림 매출액 추이는 2017년 1690억원, 2018년 1679억원, 2019년 1507억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37억원, 15억원, 1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적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 매출액은 1601억원, 영업손실은 19억원이었다.

다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이 반등하면서 연간 흑자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495억원, 순이익은 82억원을 기록했다. 빙그레가 인수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나온 성과다.

우선 해태아이스크림은 빙그레와 원료 공동구매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해태아이스크림을 포함하는 빙그레의 연결실적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올 3분기(누적) 연결기준 빙그레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72.1%로 지난해 72.6%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원가 비중 감소 폭이 큰 건 아니지만 고환율 및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동 마케팅을 통한 부가적인 광고 효과도 있었다. 지난해 빙그레의 슈퍼콘과 해태아이스크림의 호두마루 등 광고 모델을 아이돌 그룹 오마이걸로 통합해 브랜드 간 시너지를 유도했다. 양사는 해외사업 공동 진출 방안도 기획하고 있다. 현재 빙그레는 상하이와 미국, 베트남에 법인을 두고 해외사업을 전개한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내수 매출이 대부분인 만큼 빙그레의 해외 법인 영업망 등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내부적으로 경영효율화를 단행하며 실적이 개선된 부분이 있다"며 "원료 공동구매로 재료비 단가 경쟁력이 이전 대비 좋아졌고, 온라인 등에서 공동마케팅을 전개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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