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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우아한형제들, 해외사업 '세무전략 수립' 첫단추

안재국 CFO 산하 국제조세팀 신설, 'M&A·디지털세' 의제 전방위 탐색

박동우 기자  2023-03-24 16:13:16

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배달의민족' 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해외사업 확대 기조와 맞물려 세무전략 수립에 나섰다. 첫 단추를 꿰는 조치로 국제조세팀을 신설했다. 안재국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이다.

국제조세팀은 인수합병(M&A), 부실 계열사 청산에 대한 과세 이슈를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나아가 '디지털세'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정책 의제까지 전방위로 탐색할 전망이다.

◇김봉진 의장, 올해 '아시아 개척' 집중

우아한형제들은 소비자에게 음식점 배달 서비스를 중개하는 모바일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발판 삼아 빠르게 성장했다. 2011년 법인 출범 이래 10년도 안돼 앱 다운로드 수가 누적 5000만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생활 편의 향상'을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대목은 글로벌 기업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배달 앱 운영에 특화된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우아한형제들에 러브콜을 보냈다. 2019년 하반기에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전체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당초 36억유로(4조8000억원)로 책정됐으나 2021년 3월 거래 종결 국면에서는 57억유로(7조6735억원)로 불어났다.

여세를 몰아 2021년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싱가포르에 합작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사진)이 전체 주식의 45%인 89만9999주를 소유하고 DH는 지분 50%(100만1주)을 가졌다. 이후 우아DH아시아는 우아한형제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DH→우아DH아시아→우아한형제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했다.

우아DH아시아는 DH의 동아시아 시장 개척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일본·타이완·베트남 등 14개국의 사업 성과를 종합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배달 중개 플랫폼 외에도 공유주방 운영, 퀵커머스(신속 배송 서비스) 등으로 수익원 다변화를 모색했다.

김봉진 의장은 올해 초 우아한형제들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 우아DH아시아 경영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동남아 계열사인 '우아브라더스베트남'을 위시한 해외 사업 실적이 부진해 기틀을 다시 잡을 필요성이 대두됐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시장에서 배달 앱 이용자 수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점도 영향을 끼쳤다.

◇국내외 자회사 과세이슈 점검 역할

올해 경영 무게추가 '글로벌'로 옮겨가면서 해외 신사업을 둘러싼 과세 이슈를 점검하는 과제가 부상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국제조세팀을 설치하고 인력 충원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국제조세팀은 해외 관계기업을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을 실행하는 시나리오에 대응한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청산하는 상황도 염두에 둔다.


본사와 국내외 자회사에 대한 세무 전략을 입안하는 데도 방점을 찍었다.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 직접 협업'도 주요 업무로 적시한 만큼 우아DH아시아, DH 등과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조세 대응책을 수립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외 '디지털세' 정책 동향도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세는 고정사업장 소재지와 관계없이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 세금을 납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배달 앱 운영에 주력하는 특성상 영업장이 필요없는 우아한형제들은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과세 제도 변화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국제조세팀은 안재국 경영기획관리부문장 겸 CFO(상무)와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실무를 수행한다. 안 부문장은 2005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하면서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우아한형제들과 연을 맺은 시점은 2014년이다. 이후 경영관리실장을 거쳐 지난해 CFO로 영전했다. △회계 △세무 △자금 유출입 관리 △기획 등을 총괄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자사가 '글로벌 기업의 자회사'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데다 베트남 등 역외에서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해외 세무 이슈에 심층 대응할 필요성이 부각됐다"며 "기존 세무팀이 관장하던 업무 일부를 분리해 국제조세팀을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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