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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쿠팡, 1.6조 쿠폰이 쏘아올린 나비효과

매출차감 방식, 성장률 위축 불가피…'마이너스 운전자본' 밸런스도 타격

고진영 기자  2026-03-06 08:18:47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쿠팡의 현금흐름은 운전자본이 증가하는 속도에 달렸다. 결제는 즉시, 정산은 뒤에 하는 구조인 만큼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날수록 유동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성장률이 꺾이는 순간 그 효과도 위축될 수 밖에없다. 정보유출 사태로 쿠팡 성장세가 주춤하자 현금흐름이 민감하게 반응한 원인이다. 이 와중에 신사업에서 적자가 계속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조 보상 쿠폰, 회계상 영향은

쿠팡이 고객들에게 대규모 바우처(쿠폰) 지급을 시작한건 올 1월 15일부터다. 지난해 11월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보상 차원이며 총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치에 이른다.

쿠폰의 사용은 장부상 어떻게 반영될까. 쿠팡은 매출 판매관리비로 영업비용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차감을 택했다. 예컨대 3만원짜리 상품을 사면서 1만원권 보상 쿠폰을 쓰면 애초부터 2만원짜리 물건을 팔았다고 장부에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은 마진율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쿠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프로덕트 커머스(Product Commerce)부문은 지난해 32%라는 견조한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을 달성했다. 쿠폰 비용을 판관비와 분리한 만큼 앞으로도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진 않는다.



문제는 쿠팡이 여전히 가치주보다는 성장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현재 쿠팡의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35~45배 수준으로 높은 편인데, 이를 뒷받침해줄 매출 성장이 주춤하게 됐다.

정보유출 사태 직전인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은 환율 효과를 제외하고 전년 대비 16%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쿠폰 사용이 본격화한 올해 1월 월간 매출 성장률은 4%까지 수직하락했다.

가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 1분기 전체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5~10% 수준으로 대폭 낮춰 잡은 것도 조단위 쿠폰이 소진될 때마다 장부상 매출 증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향후 회복 속도에 대한 가시성이 더 높아지는 대로 연간 성장 가이던스를 다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이너스 운전자본'의 역습

현금흐름 역시 정보유출 사태의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쿠팡은 지난해 순이익이 2억1400만 달러(약 2800억원)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점프했지만 이 기간 현금흐름표는 정반대 궤적을 보였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억8600만 달러에서 17억7300만 달러로 뒷걸음질쳤고, 잉여현금흐름의 경우 10억1600만달러에서 5억2700만달러로 48% 증발했다.

현금흐름 급감의 배경엔 아마존, 월마트 등 대형 유통기업 특유의 ‘마이너스 운전자본’이 자리잡고 있다. 쿠팡은 물건을 팔자마자 고객의 결제대금을 즉시 회수하지만, 셀러에 대한 정산은 1~2개월 뒤 이뤄진다. 먼저 돈을 받고 공급업체에는 나중에 대금을 주기 때문에 매입채무가 커져서 운전자본은 마이너스가 된다.

다시 말해 매출이 빠르게 늘어날수록 그 시차만큼 금고에 유동성이 고이는 구조다. 당좌비율(당좌자산/유동부채)이 0.75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현금성자산 비중은 낮지만, 재고가 빠르게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에 기대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메커니즘은 지속적인 외형 성장이 따라와야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 그동안 쌓였던 운전자본이 되돌아가면서 현금흐름이 급격히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쿠팡의 경우 정보유출 여파로 고객들이 구매를 멈추거나 계정을 탈퇴하면서 현금 유·출입의 밸런스가 깨졌고, 현금흐름 감소로 이어졌다.

◇'계획된 적자 2.0'의 딜레마

CAPEX(자본적 지출) 급증 역시 현금흐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물류센터 구축 등 설비투자에 12억5100만달러를 투입했다. 전년 대비 3억7200만 달러(약 5000억원)나 늘어난 수치다. 국내 물류 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단계에 다다랐는데도 투자가 급증한 이유는 대만을 필두로 한 신사업부문(Developing Offerings) 확장에 있다.

현재 쿠팡의 재무구조는 부문별로 수익성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본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는 지난해 24억8500만 달러(약 3조3000억 원)의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를 내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반면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와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을 비롯해 대만 사업이 포함된 신사업 부문은 조정 EBITDA가 9억95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이 58% 뛰었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돈의 40%를 신사업에서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현금이 많이 투입되고 있는 곳은 대만이다. 쿠팡은 대만 전체 면적의 70%를 커버하고 전체 배송 물량의 75%를 자체 물류망으로 익일 배송하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수조 원 출혈을 감내하면서 시장을 장악했던 '계획된 적자' 모델을 대만에서 다시 재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조달 환경이 달라졌다. 과거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라는 든든한 외부 수혈이 있었지만, 이제 쿠팡은 외부 조달보다는 내부에서 창출한 잉여현금에 유동성을 기대고 있다. 아난드 CFO는 올해도 신사업부문에서 9억5000만~10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예고했다. 본업 현금흐름이 둔화된 상황에서 적잖은 부담으로 보인다. 정보유출의 후폭풍이 신사업까지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회사 측은 “EBITDA 마진이 확대되던 기존 흐름이 올해는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지만 이게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진 않는다”며 “신사업 투자는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는 확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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