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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리더는

소규모 조직개편, 그룹사 임기 1년 CEO 출범 '과도기'

이번주부터 소폭 인사, 뉴 거버넌스 TF 외부 전문가 추천…계열사 독립적 의사결정 필요

이장준 기자  2023-04-05 09:58:16
KT는 박종욱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하고 리더십 교체 과도기에 진입했다. 일단 소규모 조직 개편과 인사를 진행하고 '뉴 거버넌스 구축 TF' 구성을 본격화하며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KT알파 등 주요 그룹사도 비록 임기는 1년이지만 CEO를 새로 선출하며 혼란을 수습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KT뿐 아니라 그룹 전체가 흔들리면서 계열사들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꾸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정부 성향 CEO를 선임하려다 무산된 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올 들어 국민연금공단이 3대 주주로 오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KT, 핀셋 조직개편·인사 진행…'뉴 거버넌스 구축 TF' 구성 본격화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들어 비상경영회의를 개최하고 소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예년 같다면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 등 비전에 발맞춰 신사업에 리소스를 더 투입하는 개편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각 조직 내에서 소규모 팀 단위로 일부 변경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사진이 줄줄이 사퇴하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신규 선임 및 재선임 안건이 모두 철회된 탓이 크다. 지난달 차기 CEO 후보자로 선출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구현모 대표도 사임했다. 임기가 남은 1명을 제외한 사외이사들도 모두 사퇴하며 신규 이사를 선임할 때까지 임시로 자리를 채우게 됐다.

이에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승진 인사 이후 일부 인사이동도 4일부터 이뤄지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시급한 경영 현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날부터 대외적으로 신뢰받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뉴 거버넌스 구축 TF' 구성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를 모집하기 위해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외 주요 주주를 대상으로 전문가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주주 추천은 12일까지 진행되며 주주당 최대 2인까지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외부 전문가는 △기업지배구조 관련 학계 전문가(교수 등) △지배구조 관련 전문기관 경력자(연구소장 또는 연구위원, 의결권 자문기관 등) △글로벌 스탠다드 지배구조 전문가 등 자격을 갖춰야 한다. KT는 이를 통해 구성된 후보군을 토대로 이사회에서 최종 5명 내외로 TF에 참가할 외부 전문가를 확정할 방침이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8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KT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절차와 이사회 역할을 점검하고 지배구조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선안 도출을 위한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하고 해당 전문기관에서 만든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검토 등을 수행한다.

그룹사들도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리더십을 개편했다. 상당수 계열사 CEO들은 연임에 성공했다. 상장사 중에서는 나스미디어(박평권)·이니텍(김준근)·지니뮤직(박현진)·KT cs(박경원)·KT is(윤경근)·플레이디(이준용) 등 대표이사가 여기 해당한다. 임기는 모두 1년을 부여받았다.

KT스카이라이프와 KT알파는 예외 케이스다. 기존 CEO들이 물러나면서 신규 CEO가 부임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양춘식 경영서비스본부장을, KT알파는 조성수 경영기획총괄을 각각 CEO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내이사로서 임기 역시 1년에 불과하다. 조성수 대표의 경우 CEO로서 임기는 후임 CEO 선출시까지로 못 박아뒀다. 이들 모두 재무나 전략 등 영역에서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지만 대표직을 비워둘 수 없어 임시로 맡겨둔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정부 인사 계열사 CEO 내줄까…"그룹 전체 거버넌스 리스크 전이 막아야" 지적도

특히 KT 그룹사 CEO 거취에 눈길이 쏠리는 건 앞서 스카이라이프에 친정부 인사를 CEO로 선임하려다 무산됐기 때문이다.

올 초 스카이라이프는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차기 CEO로 내정했는데 사의를 표명했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MBC에서 근무하다 2013년 KT 부사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2015년 회사를 떠났는데 KT그룹을 떠난 지 8년 만에 컴백할 예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등학교 선배라는 '학맥'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를 두고 KT가 계열사 사장 자리를 내주며 정부와 관계를 회복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결국 이마저 무산되자 그룹 전체로 거버넌스 리스크가 번지는 결과를 낳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기업인 KT CEO 인사에 공공연하게 개입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로 인해 그룹사 전체가 경영 공백이 생긴 상황도 큰 문제"라며 "KT가 주요 계열사 CEO 자리를 접대용으로 비워두면서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어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최근 KT스카이라이프는 올 1월 4일 자로 국민연금공단이 자사 주식 5%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등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 공시는 분기 익월 10일 이내에만 하면 되기에 뒤늦게 확인됐다.

국민연금이 스카이라이프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다고 공시한 건 지난 2014년 6월이 마지막이다. 그해 11월 다시금 지분이 3.99%로 떨어지며 한동안 스카이라이프 주주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번에 8년여 만에 다시금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단일 보유 지분으로는 KT(49.99%), 한국방송공사(6.78%)에 이어 3대 주주에 해당한다.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다.

다만 국민연금이 정부를 대신해 KT 지배구조를 흔들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는 점에서 올 초 스카이라이프 주요 주주로 오른 게 석연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와 관련 "투자는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KT스카이라이프는) 여러 상장 종목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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