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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자보다 10여년 늦은 삼성바이오로직스 ADC, 차별화는

론자 2006년, 우시 2019년 시작…송도에 전용설비 구축, 투자·M&A로 기술 내재화 검토

최은진 기자  2023-06-21 16:35:18
항체-링커-페이로드의 조합 '항체약물접합체' ADC. 2019년 승인된 엔허투(Enhertu)의 폭발적 관심을 기점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도 관련 시장 홍보에 적극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물론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와 SK팜테코 역시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사 중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앞선다. 내년부터 본격가동을 목표로 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보다 10여년 늦었지만 기술력을 무기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항체는 물론 케미칼 역량 등 복잡한 제조공정에도 불구하고 완제품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엔허투 이후 CDMO 수요 봇물, 국내 관련 업체들 모두 'ADC' 공략

ADC는 암세포에 결합하는 항체에 폭탄을 붙여 사멸하는 모달리티(modality)다. ADC 개발기업은 이들 세가지 요소에 대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게 목표다. CDMO 기업은 이들 세가지요소를 각각 생산할 역량은 물론 컨주게이션(conjugation)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ADC의 대표격인 엔허투(Enhertu)는 치료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낮추는 획기적인 데이터를 내면서 개발기업들이 덩달아 조명받고 있다. 연구개발(R&D)가 보다 더 활발해진 건 물론 임상 역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연초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롯데바이오로직스, SK팜테코 등이 동시에 'ADC'를 언급하며 본격진출을 선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계획을 상당히 구체화한 상황이다.

다만 ADC 완제품 생산은 쉽지 않다. 항체와 케미칼 역량 그리고 컨주게이션 기술력까지 필요하다. 바이오와 화학공정의 결합은 복잡한 개발 및 제조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에 다루기 까다롭다. 특히 페이로드의 경우엔 고독성을 다뤄야 하는 만큼 생산시설부터 규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론자, 스위스에 ADC 시설 구축 및 시나픽스 인수…우시, 전담 '합작사' 설립

사실 글로벌 선두 CDMO 기업과 비교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CDMO 기업들은 약 15년 이상 늦은 후발주자다. 론자의 경우 2006년 ADC CDMO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업화된 관련 약물 상당부분을 제조하고 있다. 특히 론자는 바이오 컨주게이션 역량을 쌓는 데 집중했다. 스위스에 ADC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한 스위스에 위치한 ADC 생산시설

항체·링커·페이로드뿐 아니라 컨주게이션 및 멸균 충전 및 마감기능 등 ADC 요소의 전반에 대한 '엔드 투 엔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론자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와 잘 통제된 제조시설을 강점으로 꼽는다. 2020년에 ADC 설비 추가 확장을 단행하며 캐파를 늘리기도 했다.

론자는 최근 링커와 페이로드에 특화된 ADC 개발 기업 '시나픽스(Synaffix)'를 약 1407억원을 투자해 인수하기도 했다. 각 요소별 생산설비 및 기술력을 갖춘 만큼 관련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시나픽스를 전격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시나픽스는 얀센·암젠·젠맙·마크로제닉 등에 라이선스 아웃을 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으로도 평가된다.

또 다른 강자 우시의 경우엔 ADC 시장에 진출한 건 2019년부터다. 2000만달러를 투자해 6000평방미터 규모의 시설을 구축해 ADC 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용 센터를 설립했다. 2년 뒤인 2021년 아예 ADC CDMO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STA가 각각 출자해 '우시 XDC'를 만들었다.

우시 XDC의 ADC 각 요소별 생산거점

우시 XDC는 디스커버리 단계부터 전임상, CMC(생산기술) 등 전체 제조 공급망을 제공한다. 특히 지리적으로 근거리에서 각 요소들을 생산토록 하면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세계 약 260개 이상의 ADC 개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공개하고 있다. 국내사 중에선 에이비엘바이오가 눈에 띈다.


◇2023 바이오 USA서 ADC 플랫폼 홍보, 전용시설 2024년 가동 목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3 바이오 USA'에서 ADC 플랫폼에 대한 첫 홍보에 나섰다. 키워드로 △복잡한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대한 입증된 전문지식 △디지털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시설 및 장비 △삼성의 우수성을 활용한 신속한 출지전략을 꼽았다.

제조설비는 물론 전문지식과 기술력을 가지고 엔드투 엔드 서비스를 겨냥한다는 얘기다. 론자와 우시가 취하는 전략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한 사이트 내 모든 요소들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재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 내 전용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생산 부지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과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1분기 중 상업생산을 시작할 방침이었지만 이를 2024년 중으로 연기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아예 ADC만을 전용으로 한 설비 구축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생산시설과 별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연구소 역시 ADC 완제품을 다룰 수 있는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ADC 개발사인 스위스의 아라리스(Araris)에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라리스의 실사 등을 바이오연구소가 맡았다.

'2023 바이오 USA'에서 홍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ADC 전략

아라리스는 ADC의 링커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라리스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연구 및 협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추가로 ADC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아예 ADC의 CDO(위탁개발) 시장 진출도 장기계획으로 그리고 있다.

2023 바이오 USA가 열린 미국 보스턴 현지에서 만난 정남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 소장(부사장)은 "ADC CDMO 기술 확보를 위해 아라리스와 공동연구를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케미칼 규제 등은 제조 파트 담당이지만 기술력에 있어선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 ADC 개발 기업 관계자는"론자와 우시가 시장에 앞서 진출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완제품을 만들 역량까지 이르진 못한 상황"이라며 "삼성이 전폭적인 투자를 한다면 충분히 경쟁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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