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검토하겠다고 지목한 시기에 오히려 최대규모의 M&A를 선택했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는 결과적으로 창립 후 첫 현금배당 계획도 사실상 뒤로 밀어냈다. 최대 2조7000억원 규모의 인수와 바이오캠퍼스 증설을 병행하면서 자본배분의 무게중심도 배당보다 성장투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2025년을 기점으로 첫 현금배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분할을 결정했을 당시에도 2025년 이후 잉여현금흐름(FCF) 기준 약 10% 범위 내 현금 배당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도 발표했다.
이를 위시해 올해부터 현금배당에 대한 얘기가 공식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첫 주주환원 정책인 만큼 시장은 회사의 재무 전략에 관심을 집중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말 실적 발표와 함께 경영 계획을 공개하면서 배당 정책 검토를 3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성장전략이 주주환원보다 앞서는 판단을 했던 셈이다.
실제로 이는 대규모 M&A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최대 2조7062억원을 투입한다.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M&A를 위한 인수대금은 공개매수 완료와 후속 지분 취득 등 단계적으로 집행된다. 인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상당한 유동성 관리가 요구된다.
1분기 말 별도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금성자산은 1조5648억원이다. 인수대금이 보유 현금을 크게 웃돈다. 물론 공개매수와 후속 지분 취득을 통해 단계적으로 진행되긴 하나 당장의 보유 현금만으로 최대 인수대금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영업활동현금 순유입이 724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FCF는 6334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마다 6000억원 안팎의 FCF를 창출하더라도 최대 2조7000억원의 인수대금을 마련하려면 4개 분기가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바이오캠퍼스 증설을 위한 설비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6공장 등 후속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본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2022년 이후 매년 조단위 설비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유동성을 폴리펩타이드 인수에만 투입하기 어려운 만큼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는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다. 성장투자와 M&A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차입과 회사채 발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기존에 제시했던 FCF의 10% 내외 배당계획은 당분간 구사하기 어려워졌다. 배당 방침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규모를 확정하지 않고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일단락된 이후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3년간 투자 진행 상황과 재무 여건을 살핀 뒤 배당정책을 다시 안내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구성도 배당 유보에 따른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1분기 말 기준 삼성물산이 지분 43.06%, 삼성전자 31.22%, 삼성생명 0.03%를 합친 삼성그룹 보유 지분은 74.31%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존 계획대로 배당을 실시하더라도 전체 배당금의 약 4분의 3은 그룹 계열사에 돌아간다.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되더라도 외부주주가 체감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지분구조 역시 배당보다 성장투자를 우선하는 자본배분 전략에 힘을 실어준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투자 우선의 자본 배분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향후 보다 지속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3년 후 회사의 사업 환경, 투자 진행 상황, 현금 창출력, 재무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당정책을 재안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