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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IR 색깔 바뀐 배경은

신동빈 회장 '자본시장 소통' 강조, 13년만에 CEO IR 데이 개최

문누리 기자  2023-09-22 08:02:02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롯데쇼핑이 달라졌다. 13년만에 CEO 주재 기업설명회(IR)를 여는 등 외부와의 소통에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10년 넘게 올리지 않던 실적 가이던스 공시를 이달 처음 올리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자본시장과의 소통 강화와 기업가치 증대를 강조하면서 올해부터 IR 행사와 공시 등 소통 창구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롯데쇼핑은 지난 19일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정공시를 올리고 중장기 실적목표를 공개했다. 2026년 연결 기준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롯데쇼핑은 올해 연간 실적으로 매출 14조6000억원, 영업이익 505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중장기 실적목표치는 3년 안에 올해 전망치보다 각각 16%, 99% 늘려야 달성 가능한 규모다.

이번 공시는 2010년 이후 처음 올리는 실적 가이던스 전망 공시다. 이전까지는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정공시를 매년 1차례 올렸으나 2011년부터는 관련 공시를 올리지 않았다. 동시에 기존에는 영문으로 제작하던 가이던스 자료도 이때부터 제작 중단했다.

당시 롯데쇼핑이 연간 가이던스를 내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로는 보수성 강화가 꼽힌다. 공시 전망과 실제 실적 간 차이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롯데쇼핑은 관련 공시를 중단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부턴 이 같은 괴리를 감수하면서라도 공시함으로써 외부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 CEO IR 데이 자료 내용.

같은 날 롯데쇼핑은 롯데호텔 서울에서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중장기 실적 목표뿐 아니라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 6가지도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사업부별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예컨대 기존 점포 중 본점, 잠실점, 수원점 등 핵심 상권에 위치한 8개의 주요 점포를 전략적으로 먼저 리뉴얼해 상권별 1위 점포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또 성장성과 수익성이 우수한 쇼핑몰 사업에 집중해 2026년 송도점 오픈을 시작으로 광복, 대구 등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 친화 정책도 공개해 배당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핵심 전략을 중심으로 실적을 개선시켜 배당을 늘리고 주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실적 목표를 제시하면서 주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다양하게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신동빈 회장이 언급한 자본시장 소통 강화, 기업가치 제고와 맥을 같이한다. 작년 7월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자본시장에서 우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시장에서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면서 "자본시장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도 신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라고 당부했다.

앞서 신 회장은 2010년에도 직접 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그룹 IR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행사에서 신 회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KP케미칼 등 주요 상장사 실적을 포함한 롯데그룹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신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전인 1982~1988년 노무라 증권 런던 지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만큼 자본시장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일찍부터 알았다는 평이 나온다. 당시 롯데가 AK면세점, 바이더웨이 등 수년간 공격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과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선 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그룹 전반의 경영 현황을 설명하며 시장과 소통했다.

이번 IR 행사도 22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식 전에 열렸다. 이른 바 '롯데타운 베트남 버전'의 공식 오픈을 앞두고 롯데쇼핑이 CEO IR 행사를 먼저 개최함으로써 앞으로의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하는 이벤트로도 해석된다.

베트남 오픈식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롯데쇼핑 김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 마트·슈퍼 대표, 김태홍 호텔롯데 대표, 최홍훈 롯데월드 대표 등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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