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DB손해보험

정경수 CIO의 아픈 손가락 '외화채'

①채권·펀드 수익률 제고 속 해외투자 실적 저조, 특수·금융채 대거 처분

원충희 기자  2023-11-06 07:02:31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3%대 머물던 투자수익률을 올 상반기 4%대로 끌어올렸다. 운용자산 계정별 수익률은 주식이 가장 높지만 펀드(수익증권) 분야의 수익성이 전체 투자이익률 상향을 견인했다. 특수채와 금융채를 대거 처분한 게 눈에 띈다.

다만 외화채권 투자는 수익률이 저하된 추세다. 주로 장기채가 대부분인데 특성상 금리의 급격한 상승기조에서 평가손실이 불가피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서 안정성을 유지했던 해외투자가 현재는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투자수익률 4%대 반등, 펀드투자 1등 공신

모든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에 중요성을 내세우지만 DB손보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회사다. 정경수 자산운용부문장(CIO)은 손해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사장 직급에 있다. 비록 미등기 이사로 이사회 멤버는 아니지만 정종표 대표이사와 같은 사장 직급이다.

정 사장은 DB그룹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된 투자 전문가다. 공무원연금공단, 새마을금고연합회 등 연기금의 자금운용본부장을 거쳤고 대형 사모펀드인 에이티넘파트너스의 대표도 맡았던 인사다. 보수적인 연기금의 운용방식과 공격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방식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10년 넘게 DB손보에 근무하면서 자산운용을 담당했다. 손보사는 보험수익과 투자수익을 양대 바퀴로 삼아 굴러가는 회사다. 보험수익은 위험계약을 선별해 가려내며 손해율을 관리하는 게 핵심이고 투자수익은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게 관건이다.
*DB손해보험 2023년 상반기 IR

DB손보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41조5390억원으로 총자산(44조2330억원)의 90%를 넘는다. 투자수익률은 4.18%로 전년 동기(3.45%)대비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운용자산 계정별로 보면 주식이 6.13%에서 14.11%로 가장 상승폭이 크다.

다만 운용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린 주역은 수익증권과 채권이다. 각각 2.23%에서 3.26%, 4.24%에서 5.79%로 상승했다. 운용자산 내 비중이 각각 28.8%, 21.4%인 만큼 투자수익은 각각 1068억원에서 1291억원, 1521억원에서 2428억원으로 증가했다.

◇해외투자 수익률 3%대 주춤, 외화채 비중 대부분

계정별 투자수익률에서 저조한 형세를 보이는 것은 해외투자다. 올 상반기 3.75%로 전년 같은 기간(4.3%)보다 낮아졌다. 투자수익 규모도 1692억원에서 1253억원으로 감소했다. DB손보의 해외투자는 대부분 외화채다. 6월 말 기준 7조2507억원 가운데 채권 형태 자산이 6조3379억원이다.

지난 몇 년간 DB손보는 해외투자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말 외화유가증권 자산은 8조4000억원 규모로 모든 유가증권을 통틀어 가장 비중이 컸다.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가 보유한 외화유가증권(5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3조원이 많다.

문제는 장기채 위주인 외화채권은 금리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작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은 평가손실을 입었다. 부채 듀레이션(평균잔존만기) 관리 목적의 투자도 있어 매각을 통한 수익률 보전도 쉽지 않았다. 외화채 규모는 6조3379억원으로 작년 말(5조5302억원)보다 늘어난 데는 이 같은 이유도 있다.


반면 기존 특수채와 금융채 보유규모는 대폭 줄었다. 특수채는 토지공사, 도로공사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공기업 등)이 발행한 채권이고 금융채는 은행 및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탈사)의 채권이다. 유동성과 안전성이 높은 자산이다.

올 6월 말 기준 DB손보의 특수채 및 금융채 규모는 2조9295억원으로 전년 말(4조879억원)대비 28.3% 감소했다. 때문에 전체 채권투자 규모도 13조7777억원에서 11조9582억원 13.2% 줄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