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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CFO는 '메기'가 될까

박동우 기자  2023-12-08 07:57:01
논두렁에 메기가 풀리면 미꾸라지들은 동요한다. 거대한 존재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분주히 돌아다닌다. 활발하게 헤엄치다보면 미꾸라지들은 생기를 얻는다. 낯선 존재를 데려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목표 이행을 촉진하는 건 기업도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야놀자가 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흠칫 놀랐다. 외국인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나 회계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내국인들이 많을 텐데 '푸른 눈'을 가진 CFO를 발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이 스쳤다.

새로 합류한 CFO에 대한 정보를 샅샅이 살폈다. 이름은 알렉산더 이브라힘(Alexandre Ibrahim). 브라질에서 나고자란 인물로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영어 등 3개국어에 능통하다. 23년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경력을 쌓았고 해외자본시장본부장을 역임했다.

스스로를 '글로벌 딜메이커(Global Dealmaker)'로 소개하는 대목이 매력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브라힘 CFO는 세계 각국 기업들의 상장을 성사해 자본 조달에 기여한 성과를 강조해 왔다. 한국 이커머스 업체 쿠팡, 브라질 핀테크 기업 누뱅크,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회사 SEA가 대표적인 기업공개(IPO) 트랙레코드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써내려가야 한다. '증시 입성'이라는 열차를 궤도에 올려놓을 지가 관심사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Ⅱ, 싱가포르 투자청 등 해외 주주들이 언젠가 차익을 실현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건 필연적이다.

상장 준비는 매순간 고민의 연속에 부딪치는 '중대사'다. 어느 지역의 자본시장에 진입할지, 상장 구조는 어떻게 할지 등 하나하나 검토해야 한다. 미국 증권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이 두터운 이브라힘 CFO가 보여줄 활약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쿠팡도 아마존에서 활약한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CFO를 영입해 IPO 기반을 다졌다.

선진 자본시장에서 체득한 제도와 문화를 이식하는 일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야놀자가 내수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는 길을 택해서 그렇다. 이스라엘 업체 'GGT'를 인수했고 호텔 운영 솔루션을 보급하는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도 매섭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회계 기준과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하는데 이브라힘 CFO의 지혜가 절실하다.

이브라힘 CFO의 포부는 담대하다. 링크드인에 글을 남겨 "야놀자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재무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메기마냥 사내 조직을 휘젓고, 유니콘 생태계에서 활발히 움직이기를 기대한다. 백 마디 말보다 단번의 액션으로 변화를 보여준 인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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