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코오롱글로벌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은 4년차를 맞이한 장수 최고재무책임자(CFO)다. 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두루 거치며 요직을 수행한 코오롱의 '믿을맨'이다. 건설업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달 역량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확보해 유동비율 1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동비율 제고를 통해 지급여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악화된 부채비율을 개선해야 하는 건 과제다. 취임 이후 꾸준히 외부 조달에 현금 확보를 의지하면서 2021년 말 256.1%였던 부채비율이 3분기 말 500%를 넘어선 상태다. 줄어든 현금도 확충이 필요하다. 박 부사장은 우선 부동산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인보사 사태 해결한 코오롱그룹 '믿을맨', 글로벌서는 조달역량 입증
박 부사장이 코오롱글로벌에 합류한 시점은 2021년 10월이다. 예년 대비 한달 앞당겨 시행된 인사에서 코오롱글로벌전략기획본부장으로 전보 발령 받았다. 당시 그의 직위는 전무였다.
박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믿을 만한 해결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인보사 사태'가 발생했던 2019년 코오롱생명과학으로 이동한 그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맡아 사태 해결과 돌파구 마련에 앞장섰다.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은 202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 허가를 받아냈다. 박 부사장이 코오롱생명과학 재기의 발판을 다진 셈이다.
2021년 10월 박 부사장의 코오롱글로벌 합류도 그의 문제해결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조치였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 취임 직후였던 2021년 말 코오롱글로벌의 유동비율은 81.4%에 그쳤다. 향후 1년 간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이 상환해야 하는 부채의 81.4%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유동부채는 1조2951억원에 달했던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75억원에 그쳤다.
그가 찾아낸 해결법은 재무활동을 통한 외부 자금조달이다. 2022년에는 1169억원을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했다. 덕분에 2022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전년 말 대비 62.4% 증가한 1583억원을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15.4%포인트(p) 개선된 96.8%로 나타났다.
박 부사장의 자금조달 능력은 건설의 실적 부진이 심화된 2023년부터도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코오롱글로벌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2.3% 감소한 12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522억원으로 나타나며 지급여력 악화를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박 부사장의 활약으로 3574억원을 재무활동으로 조달하면서 유동비율은 오히려 108.3%로 개선됐다. 유동비율은 2024년 들어서도 1분기 말 131.4%, 2분기 말 130.3%, 3분기 말 129.1%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오롱글로벌의 분기순손익이 적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낸 성과다.
◇부채증가·자본감소에 부채비율 500% 상회, 부동산 매각으로 4301억 현금 확보
다만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함에 따라 재무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2021년 말까지 마이너스(-)였던 코오롱글로벌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22년 말 1169억원, 2023년 말 357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말 4036억원, 2분기 말 5097억원, 3분기 말 4748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530억원임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현금을 외부조달에 의존한 셈이다.
건설업 부진에 따른 자본총계 감소도 뼈아픈 대목이다. 2021년 말 6707억원이었던 코오롱글로벌의 자본총계는 2022년 말 5851억원, 2023년 말 5814억원으로 감소했다. 3분기 말 자본총계는 4870억원이다. 3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자본총계가 27.4% 감소한 셈이다.
차입금은 증가한 반면 자본은 꾸준히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은 500%를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256.1%에서 2022년 말 359.3%, 2023년 말 333.2%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말 441.9%를 기록한 후 2분기 말 503.5%, 3분기 말 505.5%로 나타났다.
현금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2021년 말 기준 975억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박 부사장 취임 이후 2022년 말 1583억원, 2023년 말 248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말 4159억원으로 늘었지만 2분기 말 3530억원, 3분기 말 2487억원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결국 박 부사장은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324-2번지 일원 서초스포렉스 토지 및 건물을 매도하기로 했다. 매수인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이고 양도가액은 4301억원이다. 오는 12월 잔금 납부가 완료되면 4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