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인베스트먼트(이하 SBI인베)는 현재 일본 금융지주회사인 SBI홀딩스의 계열사지만 38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 가운데 한 곳이다. 벤처조합과 사모펀드(PEF)를 합쳐 운용자산(AUM)이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상위권 VC이기도 하다. 올해 주요 투자처인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SBI인베 이사회는 일본 금융지주사의 계열사답게 VC 중 유일하게 일본인 이사가 이사회에 등재돼 있다. 경영권이 SBI홀딩스로 넘어간 뒤 일본인 그룹사 임원이 이사회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구도다. SBI홀딩스의 품에 안긴 이후 실적은 점차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약 300억원에 이르는 누적결손금이 발목을 잡으며 주주환원 정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일본 SBI홀딩스 해외사업관리부 소속 임원 2명 겸직 SBI인베는 2010년 일본 SBI홀딩스의 한국지사인 SBI코리아홀딩스가 한국기술투자(KTIC)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하며 탄생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SBI코리아홀딩스가 지분 43.61%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SBI그룹은 1999년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출발해 창업투자업과 생명보험업, 카드 서비스업 등을 금융관련 사업들을 영위해 왔다. 2005년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 이후 현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신인 한국기술투자는 국내에서 손에 꼽는 역사를 가진 VC 가운데 한 곳이다. 1986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을 목적으로 서갑수 전 회장이 설립했다. 1989년에는 국내 VC 중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설립 이후 500여개 벤처기업에 투자했고 100여곳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면서 벤처투자의 주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경영난을 겪게 됐고 2008년 SBI홀딩스가 우군으로 등판해 자금을 수혈했다. 이후 서 전 회장 일가가 횡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하자 SBI홀딩스가 경영권 인수에 나섰고 주주총회에서 서 회장 일가와 표 대결을 치룬 끝에 현재의 지배구조를 갖게 됐다.
SBI홀딩스 품에 안긴 뒤 SBI인베 이사회는 이 같은 지배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SBI인베스트먼트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등이다.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4인 가운데 일본인이 2명, 한국인이 2명이다. 한·일 이사 '2대 2' 구조는 2018년부터 짜여졌다. 당시 다까하사 요시미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준효·소우 에이이치로 공동대표 체제로 변화를 주면서부터다.
이준효 전 공동대표는 지난해 3월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했지만 소우 에이이치로 공동대표이사는 바통을 이어받은 안재광 공동대표와 함께 현재도 SBI인베를 이끌고 있다. 일본 SBI홀딩스 해외사업관리부 집행임원도 겸직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인 이사회 멤버인 미야자키 마코토 일본 SBI홀딩스 해외사업관리부장(전무, 집행임원)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됐다. 상근직이 아닌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SBI인베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SBI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SBI(China)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사내이사 가운데 한국인 이사회 멤버는 안재광 공동대표(사장)와 남윤선 경영지원본부장이다. 안재광 공동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기존 임기는 1년이었지만 올해 초 재선임됐다. 남 본부장은 2010년 SBI인베 법무실장을 거쳐 2013년 경영지원본부장에 오른 뒤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누적결손금 규모 점차 축소, 흑자 전환한 안재광 공동대표 연임 성공 SBI인베가 SBI홀딩스의 품에 안긴 뒤 배당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기술투자 시절 2007년 회계연도에 총 83억원을 배당한 게 마지막이다.
SBI인베가 이처럼 배당에 소극적인 이유는 그간 누적된 실적악화 때문이다. SBI홀딩스가 인수하기 직전 2010년 SBI인베는 654억원 규모의 누적 결손금이 있었다. 상법상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없다는 의미다. 다행히 결손금 규모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누적 결손금은 304억원 가량이다. 14년 동안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흑자전환을 이끈 안재광 공동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SBI인베는 올해 3분기까지 영업수익 167억원, 영업이익 76억원, 당기순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SBI인베는 영업수익 292억원, 영업이익 85억원, 당기순손실 83억원을 거뒀다. 2022년 영업이익 169억원, 영업손실 150억원, 순손실 150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2022년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탓에 결손금 규모도 더 커졌다. 하지만 안 대표 취임 이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며 결손금 규모를 축소했다.
1977년생인 안 대표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휴대폰 마케팅, 해외홍보 업무를 맡다 2010년 SBI인베 벤처투자본부 심사역으로 합류하며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이력을 시작했다. 이후 벤처투자2본부장에 올라 헬스케어와 바이오 분야 투자를 총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