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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회장, 취임 후 첫 자사주 매입 '밸류업 전의'

임기 만료 앞두고 이례적…밸류업 프로그램 2년차 동력 유지 '사명감'

최필우 기자  2025-01-03 11:39:17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사진)이 자사주 매입으로 밸류업 의지를 드러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지주 부회장 시절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있으나 회장 취임 후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해를 넘겨서도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매수에 나섰다.

오는 3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밸류업 프로그램 지속 방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금융사 임원은 임기 중 자사주를 매입하고 퇴임시에는 매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연임 도전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밸류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5000주 매입, 총 1만5000주 보유…평가액 8억5000만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함 회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장내 매수로 취득 단가는 2억9431만원이다. 이번 매입으로 함 회장의 자사주는 총 1만5132주로 늘어났다.


함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처음으로 공시된 건 하나은행장 시절인 2016년 3월 29일이다. 행장에 취임하면 그룹 자사주를 매입하는 관행에 따르면서 총 5623주를 보유했다. 2017년 12월에는 우리사주조합 조합원계정 주식을 제외하는 과정에서 5132주로 공시됐다. 지주 부회장 시절인 2020년 3월에는 5000주를 추가로 매입해 규모를 1만132주로 늘렸다.

2022년 3월 회장 취임 후에는 최근까지 자사주 매입이 없었다. 회장 취임 후 자사주를 매입해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밝히는 게 관행이지만 추가 매수에는 나서지 않았다. 이미 보유 주식 수가 1만주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다. 1만주는 지난해 말 종가 기준으로 5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이번에 5000주를 추가로 매수한 건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을 싣는 차원이다. 함 회장은 금융감독원 주도 글로벌 IR에 수차례 참여하며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을 실었다. 현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먼저 지주 CEO에 취임한 선배격으로 금융 당국에 힘을 실었다. 밸류업 프로그램 개시 전과 비교해 하나금융 주가도 대폭 상승했으나 경영진의 솔선수범으로 밸류업 동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봤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2년차에 접어들면서 동력 상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함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연중 주가 상승을 이어간 금융주는 12월 초 비상계엄 여파로 주춤한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 영향이다. 올해 하나금융 주가 관리를 위해서도 함 회장이 밸류업 지속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연임 성공시 밸류업 행보 지속

함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시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취임했고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 만료가 세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임기 초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기업가치 제고 및 주가 관리 의지를 밝히고 퇴임과 맞물려 지분을 정리하는 금융권 관행과는 차이가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회추위를 열고 지주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함 회장도 롱리스트 후보군에 포함돼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연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 자사주 규모를 50% 늘린 셈이다. 본인의 연임 여부와 관계 없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도한 CEO로 책임을 다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함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그간 이어온 밸류업 행보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함 회장은 재임 기간 그룹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주가 상승 발판을 마련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약점을 은행 중심의 효율적 자본 배분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가 임기가 부여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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