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대우건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중흥토건 이자부담 경감 대가, '1조' 그룹 현금 묶인다

②지주회사 체제전환 비용, 행위제한 요건 해소 '성공'

이재빈 기자  2025-02-12 07:15:29

편집자주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금융 재구조화에 나섰다. 그동안 인수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은 '승자의 저주'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 조만간 만기를 앞둔 가운데 재구조화를 통해 인수금융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더벨은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진행 상황과 의미,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중흥그룹이 계열사들로부터 장기차입금을 조달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구조를 짠 노림수는 지주사 중흥토건의 이자비용 경감이다. 대우건설 인수시점 대비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자비용 급증이 우려됐다. 하지만 중흥토건이 저리로 계열사 차입금을 조달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면서 별도기준 이자비용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흥토건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라는 점이 지원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흥토건은 인수금융 상환 외에도 지주회사 행위제한 해소라는 과제가 있었다. 중흥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2025년 1월까지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행위제한 해소 과정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했던 만큼 그룹의 중흥토건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고정금리 차입으로 이자비용 급감, 연결기준 유동성 60% 중흥토건에 '집중'

중흥토건이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조달한 장기차입금의 핵심조항은 연이자 4.6% 고정금리다. 차입 시점은 조금씩 차이나지만 대출기간 3년과 이자조건은 모두 통일됐다. 덕분에 2024년 한해에만 1조1430억원을 계열사로부터 조달한 중흥토건은 2027년까지 계열사 장기차입금과 관련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연간 약 525억원이다.

현재 중흥토건의 신용등급이 'BBB'(안정적)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나이스피앤아이가 집계한 BBB 등급 3년물 회사채 시가평가기준 수익률은 10일 기준 7.63%다. 중흥토건이 시장으로부터 계열사 장기차입금으로 확보한 수준의 자금을 조달했다면 연간 최소 872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시장이 건설채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이자비용은 1000억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조정한다는 선택지도 고르기 어려웠다. 2022년 2월 체결된 대출약정 기준으로 인수금융의 선순위 금리가 4.8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선순위 금리 4.86%는 당시 기준으로도 파격적인 조건이다. 중흥그룹은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기 직전에 대출약정을 체결하면서 이자비용 급등이라는 악재를 피할 수 있었다. 반면 인수금융을 주선한 증권사들은 인수금융 채권 셀다운(재판매)에 난항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다.

반면 2025년 현재 중흥토건이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할 경우 당시와 같은 파격적인 금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은 낮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종에 대한 시장의 투심이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의 경우 건설사는 신용등급 AA 이상을 중심으로 발행이 제한되고 있다. A 이하 건설사는 발행에 나서도 미매각으로 이어지면서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GS건설이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주문액이 280억원에 그쳤다.

계열사 장기차입금으로 인수금융 일부를 상환하는 구조를 짜면서 중흥토건의 자금조달 문제는 해결됐지만 그룹 유동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중흥토건 이자비용 경감의 대가로 최대 3년 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중흥토건의 2023년 말 연결기준 현금유동성은 총 1조9157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1조2113억원, 단기금융상품으로 704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한해 동안 1조1430억원이 중흥토건에 장기차입금 형태로 제공된 점을 감안하면 연결기준 현금유동성의 59.7%가 묶이게 된 셈이다.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50% 확보 필요, 행위제한 요건 해소 '성공'

중흥그룹이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에 나선 까닭은 중흥토건이 지배구조 재편이라는 핵심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흥그룹 2세인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중흥토건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중흥그룹 내에서 지주사 역햘을 수행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자산총계 20조원을 돌파함에 따라 중흥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흥토건은 2025년 초까지 비상장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지분율 확대가 필요했던 대표적인 계열사는 나주관광개발이다. 1996년 중흥파이낸스로 설립된 법인으로 2001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된 후 대중제골프장과 테마파크 운영을 맡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중흥토건의 지분율은 2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월 총 810억원을 투입해 지분율 50%를 확보했다.

지분율이 42%에 그쳤던 브레인시티프로젝트금융투자는 흡수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했다. 먼저 PFV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던 세종중흥건설이 중흥토건에 합병됐다. 손자회사 세종이엔지가 보유하고 있던 13%는 자회사 중봉건설을 인적분할 시켜 신설된 중봉홀딩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확보했다.

흡수합병 과정에서 새롭게 중흥토건의 자회사가 된 새빛개발은 지난해 12월 행위제한 요건이 해소됐다. 기존 주주들로부터 4억2750만원에 지분 6.25%를 취득하면서 지분율을 50%로 끌어올렸다.

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설립된 송정파크는 공동주투자자인 삼호와 장안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 50%를 확보했다. 모인파크는 우선주 매입 후 무상감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은 약 40억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