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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역사 KT&G, 반복되는 주주행동의 역사

이우찬 기자  2025-03-07 13:45:56

편집자주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KT&G의 탄생

1.1. 사업의 두 축 '담배·인삼'

1.2. 민영화, 소유구조 변화

2. 주주행동, 소용돌이 1막

2.1. 칼아이칸 연합의 공세

2.2. 2대주주 기업은행의 견제구

3. 주주행동, 소용돌이 2막

3.1.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의 등장

3.2. KT&G의 반격, 지속되는 공세

4. 소유분산 지배구조의 한계

최초 문서 작성일 : 2025년 3월 7일

1. KT&G의 탄생접기



1.1. 사업의 두 축 '담배·인삼'접기


서울 강남에 있는 KT&G 본사
KT&G는 재계 순위 36위의 대기업집단이다. KT&G의 사업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뉜다. 담배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다. 인삼·홍삼으로 유명한 건기식 사업은 비상장 자회사 한국인삼공사가 주체다.

KT&G의 출발을 보려면 130여년 전까지 시계바늘을 돌려야 한다. 담배사업 모태는 1883년 조선 고종이 궁내부 내장원 산하에 설치한 순화국이다. 인삼 사업부문은 1899년 내장원 산하 삼정과부터 시작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재무부 산하 전매국, 1952년 재무부 산하 전매청으로 변경됐다.

1.2. 민영화, 소유구조 변화접기



지금의 KT&G는 1987년 4월 한국전매공사법에 따라 100% 현물출자를 거쳐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매공사로 설립됐다. 1989년 4월 한국담배인삼공사법에 따라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변경됐다. 1997년 10월 시행된 공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조속한 민영화 추진을 위해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부출자기관으로 전환됐고 동시에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로 경영체제가 바뀌었다.

이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1999년 1월 인삼사업이 분리됐다. 지배기업의 인삼사업 관련 자산과 부채를 신설된 한국인삼공사에 사업포괄 현물출자하는 방식이었다. 2002년 민영화를 마무리한 KT&G는 그해 12월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상장은 사명 변경 전인 1999년 10월8일 이뤄졌다. 정부 보유주식 중 2865만주를 공모를 통해 매각하고 주식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00년 말 기준 기업은행(35.20%), 정부(13.83%), 수출입은행(7.03), 산업은행(6.9) 등의 지분율을 나타냈다. 상장 후 정부 쪽 지분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2003년 말 기준 최대주주 기업은행의 지분율은 10.75%로 내려갔다.

당시 지분율 기준 1대주주는 11.92%의 BANK OF NEW YORK이었지만 BANK OF NEW YORK은 KT&G의 DR 예탁기관으로 실제 지배주주는 아니었다. 의결권 또한 각각의 흩어져 있는 DR 소유자가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 지위는 아니다.

2. 주주행동, 소용돌이 1막접기



2.1. 칼아이칸 연합의 공세접기



최대주주였던 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 쪽 지배력이 갈수록 낮아지는 흐름은 분명했다. 대주주 지배력 약화 속에 소유구조가 분산되면서 KT&G는 주주행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2005년 말 기업은행 지분율은 5.85%까지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외국계 투자자가 대거 등장했다. 5% 이상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KT&G를 공격할 채비를 했다. 당시 1대주주는 Franklin Mutual Advisers, LLC로 지분율은 7.52%였고 BANK OF NEW YORK은 7.38%로 2대 주주였다.

3대 주주로 Icahn Partners Master Fund LP가 등장하며 행동주의 공격은 서막이 올랐다. 아이칸 연합의 합산 지분율은 2006년 3월 기준 6.7% 수준이었다. 아이칸 연합은 외국인 주주들과 연합해 공세를 시작했다.

아이칸 측은 KT&G의 사업구조와 경영 전략에 대해 여러 문제를 제기했다. KT&G가 민영화 이후 더 높은 주주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주주 권리를 강화하고 KT&G의 자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아이칸 쪽의 주주제안이 결국 대규모 시세 차익을 이루기 위한 계획된 행동이라는 비판의 시각도 있었다.

2006년 2월 아이칸 연합은 한국인삼공사 상장, 유휴 부동산 처분, 주주환원책 강화 등을 요구했다. 경영진에서 독립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제안했고 집중투표제도 요구했다. 집중투표제는 사외이사 후보 선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아이칸의 경영 개입은 KT&G의 전략 변화와 함께 회사의 주가 상승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다만 공격적인 개입은 보수적인 한국 기업 문화와 경영 환경에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아이칸 쪽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리크텐스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KT&G 이사회에 입성하며 남긴 취임 일성은 "자사주 매각 시도를 저지하겠다"였다. 당시 아이칸 측은 KT&G 경영진이 중장기 경영권 안정을 위해 우호 세력에 자사주 매각을 추진하고 이사회가 사적 모임처럼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아이칸 연합은 KT&G의 자사주 매각에 반대했다. 자사주 매각이 KT&G 주주가치 증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일 수 있지만 회사의 근본적인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이칸 연합은 기업이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실제 성과를 높일 것을 요구했다. KT&G는 이에 맞서 당시 3년간 최대 2조8000억원을 주주 환원하는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며 대응했다.

아이칸 연합이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통한 경영 투명성,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아이칸의 경영권 공격과 회사 측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효과로 2006년 초 4만원대에 머물던 KT&G 주가는 6만원대로 올랐다.

하지만 이후 아이칸 연합의 행보는 이른바 먹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경영진을 향한 공세 속에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을 하고 인수·합병(M&A) 등의 이슈로 주가가 오르자 대규모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아이칸 쪽은 1년여 만에 대규모 차익을 거두고 KT&G 주주명단에서 사라졌다. 2006년 12월5일 아이칸은 개장 전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창구를 통해 시간외 대량매매로 KT&G 696만주(4.72%)를 매각했다. 아이칸은 4225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앞서 아이칸은 2005년 9월28일부터 2006년 1월9일까지 KT&G 776만주를 사들였다. 총 매입금액은 3351억원이었다. 1350억원의 주식 매매 차익을 얻은 셈이다. 2005회계연도 배당액 124억원을 더하면 KT&G 투자로 1480억원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2. 2대주주 기업은행의 견제구접기



2018년에는 기업은행이 KT&G 경영권에 개입을 선언한다. 국민연금에 이어 2대 주주였던 기업은행은 백복인 사장 연임에 반대하며 견제구를 던졌다. 기업은행은 백 사장의 연임이 주주보호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은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KT&G의 방어로 종결됐다.

기업은행은 KT&G의 사장 선임 절차의 정당성을 지적했다. 그해 1월31일 사장 공모 공고를 낸 후 지원서 접수 이틀, 서류심사 하루, 면접 하루 등 후보 공모부터 결정까지 4일이 걸렸다. 통상의 사장 선임 절차가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빠르다는 지적이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기업은행의 지적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사장 지원 자격을 KT&G 전·현직 전무이사, 계열사 사장 출신 등 내부 인사로 한정한 것도 백 사장의 연임이 유리하게 한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백 사장이 CEO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 사장은 2011년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당시 기업은행은 검찰 수사와 금감원 감리 결과에 따라 CEO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T&G 노조는 반발했다. 기획재정부가 기업은행 지분 51.8% 소유주라는 점을 근거로 연임이 확정된 백 사장을 반대하고 사외이사를 2명 늘리려는 움직임이라며 낙하산 인사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당시 KT&G 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정부가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KT&G 경영권 침해와 낙하산 인사 강행 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은행의 개입은 엄밀히 보면 행동주의라고 부르긴 힘들다. 관치 논란이라고 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주요 주주가 경영에 개입한다는 점에선 광의의 주주행동주의라 평가할 수 있다.

3. 주주행동, 소용돌이 2막접기



3.1.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의 등장접기


이상현 FCP 대표
주주행동주의가 재차 나타난 것은 2020년대 들어서다.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는 KT&G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행동주의펀드다. FCP는 2022년부터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KT&G 이사회 의사록, 장부열람 등 가처분 신청, 사외이사 관련 주주대표소송 등 다양한 법적 분쟁으로 KT&G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분 1% 미만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이슈 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FCP는 공시 의무 지분율(5%)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0.5%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FCP를 이끄는 인물은 이상현 대표다. 이 대표는 서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싱가포르투자청(GIC), 맥킨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그룹을 거쳤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지사 대표 당시인 2005년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800억원에 인수한 후 5년 만인 2010년 해당 지분을 LG생활건강에 2400억원에 매각해 1600억원 수준의 차익을 기록했다. 2011년 칼라일 한국대표로 부임해 2014년 ADT캡스를 2조650억원에 인수하고 2018년 SK텔레콤에 2조9700억원에 매각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는 칼라일을 떠나 FCP를 설립한 뒤 KT&G를 향한 주주행동으로 국내 시장에 복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FCP는 2022년 4월 KT&G 주식을 매수하고 주주행동에 나설 채비를 했다. 이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한 백 사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5월 백 사장을 비롯한 KT&G 경영진 앞에서 회사 성장에 관한 주주제안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했으나 원하는 피드백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0월 KT&G 이사회에 5대 주주제안을 담은 서한을 보내며 이 대표는 주주행동을 본격화한다.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 인삼사업 분리 상장, 전자담배 사업 글로벌 브랜드 성장 등을 제안했다.
백복인 전 KT&G 사장
FCP는 백복인 사장 체제에서 실적뿐만 아니라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부진했다고 주장했다. 백 사장의 임기 첫해였던 2016년 KT&G는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4조 4689억원, 1조 4688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매출은 2016년 대비 30.9% 증가한 5조 8514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5% 이상의 매출성장률을 달성했다.

반면 수익성 측면은 아쉬웠다. 2016년 1조 4688억원의 영업이익은 2024년 1조 2677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2016년, 2017년 각각 32.9%, 30.9%에 달했으나 2018년~2020년 각각 28.0%, 27.8%, 27.9%로 하락했다. 2021년과 2024년 이 수치는 각각 25.6%, 21.7%를 기록했다.

주가 부양도 과제였다. KT&G 주가는 2023년 3월 27일 종가기준 주당 8만 7500원이었다. 직전 10여년간 최고점은 2016년 7월 13만 9500원이었다. 고점 대비 38% 이상 하락한 가격이었다.
2023년 3월28일 KT&G 주주총회 현장.

2023년 3월28일 열린 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웃은 쪽은 KT&G였다. FCP의 주주제안은 대부분 지지를 얻지 못했다.

KT&G 이사회가 제안한 1주당 5000원 배당안은 출석 주식수의 68% 지지를 얻었다. FCP의 1만원 배당안은 32%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FCP가 주주제안한 분기배당 신설 안건은 통과됐다.

정관 일부 변경 중 평가보상위원회 관련 규정 개정 및 신설과 자사주 소각 결정 권한 추가 안건도 부결됐다.

주주제안 핵심 쟁점 중 하나로 통했던 사외이사 선임도 주주들은 KT&G 손을 들었다. 이사회가 제안한 현원 6명을 유지하는 안건이 가결됐고 FCP 쪽이 제안한 사외이사 8명 증원은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은 법령·정관에 따라 집중투표를 실시했고 이사회가 추천한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가 재선임됐다. 이들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KT&G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6명 등 총 8명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백복인 사장과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했다. 재선임된 김 전 CFO, 고 교수 이외에 백종수 법무법인 동인 구성원변호사, 임민규 전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손관수 한국자동차경주협회장, 이지희 더블유캠프 대표 등이 사외이사를 구성했다.

3.2. KT&G의 반격, 지속되는 공세접기



2024년에도 KT&G와 FCP의 갈등은 지속됐다.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KT&G는 거버넌스 개선안을 담은 주총 안건을 외부에 공개했다. 먼저 사내이사 선임 과정을 변경해 사장이 추천하고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주총에서 선임하던 부분을 이사회가 추천하고 주총에서 선임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또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현직 사장을 포함하는 정관을 삭제하기로 했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2023년 11월에는 3년간 2조8000억원의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배당 1조8000억원, 자사주 매입 1조원 등이었다. 기존에는 없었던 자사주 소각 계획도 언급하며 진일보한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됐다.

2024년 3월에는 FCP는 이상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주주제안하기에 이른다. FCP가 이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자진 철회하는 대신 기업은행의 손동환 사외이사 선임건을 지지해 가결되기도 했다.

급기야 2024년 10월 이 대표는 KGC인삼공사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T&G는 공식입장을 통해 매각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KT&G는 "FCP측의 KGC인삼공사 인수 제안은 회사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된 것으로 향후 제안 서신 내용을 충분히 살펴보겠다"면서도 "KT&G는 KGC인삼공사가 영위하는 건기식 사업을 전자담배(NGP), 글로벌CC(해외궐련)와 함께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미래계획을 지난해 발표했으며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거절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2025년 FCP의 공세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KT&G 전·현직 이사회의 자사주 무상·저가 기부로 회사가 1조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KT&G는 이는 FCP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면서 자사주 출연은 제반 절차를 준수하며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FCP는 KT&G 21명의 임원들이 2002년부터 17년간 1조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기부한 행위에 대해 이사회가 직접 사안을 조사하고 손해를 회복하게 하라는 소 제기를 청구했으나 KT&G가 이를 거부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법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상장법인은 0.01%)을 가진 주주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먼저 소 제기를 청구한 뒤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30일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20년 가까이 끊이지 않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자회사 한국인삼공사가 영위하는 인삼사업의 분리 이슈다. 2006년에도 2020년대에도 인적분할을 비롯한 방식으로 인삼사업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 이면에는 건강에 해로운 담배사업과 달리 인삼사업을 별도 육성해 글로벌 확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KT&G는 두 기업의 시너지에 방점을 찍으며 기업 분리에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모회사와 자회사간 끈끈한 협력 체계 강화에 더 공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경만 사장은 2023년 당시 "인삼사업이 (분리 상장되면) 담배·인삼 재배 농민과의 관계, 정부 대응, 면세·대형채널 교섭력이 떨어지고 스마트팜 등 연구개발과 해외 네트워크 활용 경쟁력도 저하된다"며 두 기업 간 시너지 강화를 역설하기도 했다.

KT&G가 인삼공사 분리에 반대하는 주장의 요지는 KGC인삼공사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서는 KT&G 자금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립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줄어 자본시장의 관심을 덜 받고 투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논리다.

4. 소유분산 지배구조의 한계접기



18년 전 아이칸 연합과 2대주주 기업은행의 사장 연임 반대, FCP의 등장까지 반복돼온 주주행동 이면에는 소유분산 기업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분산된 지배구조 속에서 경영진을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동기부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과 같다.

KT&G는 일련의 주주행동 속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실행하고 사장 선임 절차를 비롯한 거버넌스 개선 정책을 실행에 옮겨왔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확고한 소유구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에도 주주행동 타깃에 노출될 공산은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확고한 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여러 차례 주주행동의 타깃이 된 KT&G의 소유구조는 여전히 약한 편이다. 2024년 9월 말 기준 KT&G의 주주 구성은 자사주 13.5%를 제외하면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트(7.5%), 중소기업은행 (7.3%), 국민연금공단(6.48%)로 구성돼 있고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44.6%였다.
  • [1]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KT&G 기업집단의 자산총계는 2024년 기준 14조9800억원이다.
  • [2] 홍삼사업을 영위하는 한국인삼공사는 매출액 기준 국내 건강기능식품 1위 기업이다.
  • [3] 주식 유통편의를 위해 발행주식을 예탁기관에 맡기고 예탁기관이 발행주식을 근거로 발행하는 예탁증서.
  • [4] Icahn Partners Master Fund LP, Icahn Partners LP, High River Limited Partnership, Steel Partners II, L.P.다.
  • [5] 행동주의 투자업계의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으로 단기 실적개선과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에 몰두해 '기업사냥꾼'으로도 불린다.
  • [6] 백 사장은 2015년 민영진 전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하면서 그해 10월 CEO에 올랐다.
  • [7] 백 사장은 검찰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받았다.
  • [8] 분기배당 안건은 KT&G 이사회도 찬성 의견을 밝혔던 안건이다.
  • [9] 2025년 기준 KT&G CEO는 2024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방경만 사장이다.
  • [10] 기업이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할 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 원고(주주)가 승소하면 배상금은 원고가 아닌 회사에 돌아간다.
  • [11] 포스코, KT 등이 재계에서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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