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꽤 적극적으로 동참한 편이다. 롯데케미칼이 빠지긴했지만 지주사와 유통·소비재계열사를 포함해 주요 그룹사 7곳이 나섰다. 다만 성과는 아쉬운 수준에 그쳤는데, 절반 이상이 하위권에 쏠렸다.
특히 그룹 간판인 롯데쇼핑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밝힌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가장 낮은 PBR을 기록했다. 작년 진행했던 토지 재평가가 부메랑이 된 것으로 보인다.
THE CFO가 지난달 31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밝힌 기업들을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롯데그룹에선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렌탈, 롯데하이마트, 롯데웰푸드, 롯데이노베이트 등이 공시에 참여했다.
이 밖에 유가증권시장(KOSPI)에선 총 83개 기업이 동참했으며 THE CFO는 △총주주수익률(TSR) △자기자본이익률(ROE) △ROE 증분(△ROE) △주가순자산비율(PBR) △PBR 증분(△PBR) △지배구조 등급 등 6개 지표를 기반으로 채점했다. TSR를 통해 주주수익성, PBR을 통해 시장평가를 반영하고 ROE로 자본효율성을 살폈다. 지표당 20점씩 120점 만점이다.
채점 결과 롯데그룹은 7개 계열사 중에서 5개 계열사가 60위권 밖으로 몰렸다. 롯데칠성이 61위(47.61점), 롯데이노베이트 67위(44.05점), 롯데지주 70위(42.83점), 롯데하이마트 77위(36.24점), 롯데쇼핑 78위(35.51점) 등이다. 롯데케미칼과 함께 그룹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최하점에 머무른 점이 눈길을 끈다.
롯데쇼핑이 가장 부진했던 부문은 PBR 지표다. 지난해 83개기업 중 가장 낮은 0.1배를 기록하면서 0점을 받았다. 롯데쇼핑은 애초 0.2~0.3배 안팎의 위축된 PBR을 보여왔는데 작년엔 전년(0.22배)보다도 크게 하락했다.
롯데쇼핑 PBR이 떨어진 이유는 작년 말 진행한 자산 재평가 때문이다. 15년 만에 토지자산을 재평가하면서 장부가액이 기존 8조2686억원에서 17조7351억원으로 늘었다. 재평가 차액이 9조4665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이연법인세를 셈한 뒤 자본에서 증가한 기타포괄손익-토지재평가잉여금은 7조2042억원이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의 자본총계는 2023년 말 10조8364억원에서 2024년 말 17조336억원으로 6조원 이상 늘었다. 문제는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데 있다. 작년 연초 7만5000원이였는데 연말 6만1400원으로 내렸다. 순자산은 증대됐는데 주가는 하락했으니 이미 약세였던 PBR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롯데쇼핑은 지난해 99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2023년 1.83%였던 ROE가 -7.75%로 악화했다. 83개 기업 가운데 78번째로 낮은 수치다. 롯데쇼핑의 종합점수가 최하위권에 그친 배경이라 볼 수 있다.
나머지 계열사 가운데 롯데지주와 롯데하이마트는 ROE 지표에서 각각 81위(0.49점), 82위(0.39점)에 그쳐 꼴찌를 겨우 피했다. 두 회사가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각각 9500억원, 3050억원 만큼의 순실을 본탓이다.
이밖에 롯데렌탈은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20위(80.15점) 안쪽에 포함됐다. PBR과 ROE 모두 33~34위의 무난한 점수를 획득했고 TSR의 경우 24위(13.07%)를 기록해 그룹 최고 순위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