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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롯데렌탈 '매각 무산' 호텔롯데, 전방위 자금 조달 중

하나은행 지원군 삼아 1000억 조달…'1년물' CP도 병행

이정완 기자  2026-02-20 07:52:1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호텔롯데가 롯데렌탈 매각이 무산된 직후 유동화 시장을 찾아 1000억원을 마련했다. 롯데렌탈 매각을 계기로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 유입을 예상했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나은행을 지원군 삼아 조달에 성공한 셈이다.

비슷한 시기 만기가 긴 CP(기업어음) 발행도 병행했다. 지난해 11월 만기 1년 6개월물 CP를 발행한 지 3개월 만에 1년물 CP를 찍었다.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유 자금 확보에 한창이다.

◇'9000억' 투자 계획에 현금 확보 속도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달 말 유동화 시장을 통해 1000억원을 조달했다. 특수목적법인(SPC)이 각 500억원씩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와 ABL(자산유동화대출)을 발행해 마련한 자금을 호텔롯데에 대출해주는 구조다.

유동화에 활용된 기초자산은 호텔롯데에 대한 1000억원 규모 대출채권이다. 만기는 2년으로 3개월 마다 유동화증권 투자자에게 이자가 지급된다.

호텔롯데의 유동화 조달 시점에 눈길이 간다. 지난달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렌탈 매각 작업을 불허한 직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2024년 12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를 롯데렌탈 지분 63.5%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작년 3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공정위에서 제동을 걸었다. 어피니티가 들고 있는 또 다른 렌터카 업체인 SK렌터카까지 고려하면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호텔롯데의 롯데렌탈 보유 지분은 35%로 979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될 예정이었다.

롯데렌탈 매각은 돈 쓸 곳 많은 호텔롯데의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유동성 확보를 위한 확실한 해결책으로 여겨졌다. 호텔롯데가 올해 계획한 투자 규모만 9000억원을 상회한다. 호텔롯데는 이달 중 4억9000만달러(약 7000억원) 규모 미국 롯데뉴욕팰리스(LOTTE New York Palace) 호텔 부지 매입을 마무리할 계획인데 이 중 2500억원을 올해 투입한다. 이밖에 면세사업에서도 국내외에 37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예고하고 있고 계열사 롯데바이오로직스 출자에도 800억원 가까운 돈을 쓰기로 했다.

◇하나은행, 유동화증권 신용도 '보강'

이 같은 여건 속에서 유동화 조달 파트너로 하나은행이 나섰다. 하나은행은 유동화증권 매입 보장을 비롯 신용공여까지 책임졌다. 판매되지 않은 ABCP를 하나은행이 모두 인수하고 호텔롯데가 유동화증권 상환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500억원 한도 내에서 이를 부담한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은 그간 호텔롯데 조달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다. 호텔롯데를 비롯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가 롯데건설 PF 우발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한 SPC인 프로젝트샬롯에서 선순위 채권자로 참여하고 있다. 호텔롯데 해외 사업을 위한 자회사에도 대규모 차입 한도를 열어두고 있다.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 3000만달러 차입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JSC롯데러시아에 2000만달러,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1200만달러, 간사이 롯데면세점에 17억엔 등의 차입을 제공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유동화 외에도 전방위 조달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CP 상환을 위해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 말 600억원 규모 1년물 CP를 발행했다. 작년 11월에 1년 6개월 만기로 1300억원 규모 CP를 발행한 적이 있는데 재차 장기물 성격의 CP를 택했다.

발행사 입장에서 1년물 CP는 장점이 명확하다. 만기가 1년에 하루만 못 미쳐도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없이 발생이 가능하다. 이 같은 편의성을 바탕으로 2024년 말 4300억원 규모였던 CP 발행 잔액은 올해 초 현재 9000억원까지 늘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현재 어피니티와 계약 관계는 유지되고 있는 바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L7 홍대 매각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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