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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호텔롯데가 실적 회복 국면에서 자금 조달 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기존 회사채 중심의 조달 방식에서 벗어나 신종자본증권을 처음으로 발행하며 차입 구조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호텔롯데는 올해 그룹 내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롯데건설의 영구채 발행을 간접 지원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도 지주사 대신 출자에 나섰다. 역할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안정성 확보를 위해 조달 수단을 넓히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적 회복 속 첫 영구채 발행…장기CP 이어 조달 포트폴리오 확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달 26일 1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찍은 신종자본증권으로, 만기 30년 구조에 표면이자율 5.3% 조건으로 발행이 이뤄졌다. 1년 6개월 이후인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 조건이 붙었다.
그간 호텔롯데의 외부 조달은 공모·사모 회사채가 중심이었다. 신용도와 시장 접근성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채 발행을 이어왔지만, 이번에는 자본 성격이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만큼 재무지표 관리 측면에서도 유연성이 생긴다.
최근 호텔롯데는 조달 전략에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이번 발행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만기 2년의 기업어음(CP)을 찍었다. 그동안에도 CP를 이용해 단기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많았으나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한 것은 지난 2023년 초 이후 처음이었다. 호텔롯데는 당시 발행 목적을 오는 27일 도래하는 공모채 상환으로 밝혔다.
자체적으로는 당장 재무건전성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3조3877억원, 영업이익은 161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롯데렌탈 보유 지분 매각, 홍대 L7 호텔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충하기도 했다.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약 116%, 차입금의존도는 37% 가량으로 차입부담이 큰 상황도 아니다.
◇롯데건설·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연쇄 지원'…재무 전략 다변화 배경 조달 전략을 다변화하는 배경으로는 그룹 내에서의 역할 확대가 꼽힌다. 호텔롯데는 최근 롯데건설의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지원 주체로 나섰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1월 롯데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과 관련해 40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며 조달 안정성을 뒷받침했다.
이외에도 롯데건설 유동화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자금 대여,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에 대한 출자 등으로 직간접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내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부문 지원에도 참여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 시설자금 확보를 위해 진행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지주사인 롯데지주 대신 출자했다. 당초 2772억원 규모에 롯데지주가 2216억원을 참여하기로 했으나 발행 규모를 줄이고 호텔롯데가 대신 출자했다.
당시 정정 공시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387만4778주의 신주 발행을 통해 2700억원을 조달한다. 호텔롯데는 307만6890주를 출자해 2144억원 가량을 책임졌다. 일반 청약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 318만324주는 미발행 처리한 가운데 지주사 대신 호텔롯데가 자금 조달에 참여한 셈이다.
계열사 지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달 수단을 회사채에만 의존하기는 부담이 크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비율 관리와 자금 운용 측면에서 완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지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그룹 비상장사 가운데선 실적과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가장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