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가 기대되나 발행 규모가 차입금이나 자본 규모 대비 크지 않아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번 발행에는 현재 신용등급을 방어하기 위한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호텔롯데는 'AA-, 안정적' 신용등급이 1노치(notch)만 하락하더라도 약 1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구조다.
호텔롯데는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스텝업(step-up) 시점을 발행일 기준 1년 6개월 후로 설정했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의 스텝업 시점이 발행 후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례적인 조건이다. 이는 향후 롯데렌탈 매각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 유입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1800억 규모 신종자본증권, 1.5년 뒤 금리 스텝업 호텔롯데는 이날 1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발행금리는 연 5.3%, 조달 자금 중 8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1000억원은 채무 상환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발행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금리 스텝업 구조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일 기준 1년 6개월 후인 2027년 6월 26일부터 금리가 인상된다. 첫 스텝업 시 금리는 2.0%포인트 상승하며,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추가 가산된다. 2030년까지 금리가 단계적으로 상승하며 최대 가산금리는 3.5%포인트다. 발행금리가 5.3%인 점을 고려하면 2027년 6월에는 금리가 7.3%로 올라가고, 이후 매년 7.8%, 8.3%, 8.8%까지 상승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의 첫 스텝업 시점이 발행 후 5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구조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스텝업 이후 조달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는 특성상 시장에서는 스텝업 시점에 상환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호텔롯데의 발행은 사실상 단기성 자금 조달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짧은 스텝업 기한에는 비교적 가까운 시점에 9000억원이 넘는 현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보유 중인 롯데렌탈 지분 38.1% 가운데 35%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 매각 대금은 9805억원으로, 2025년 9월 말 기준 장부가액 5703억원을 크게 웃돈다.
호텔롯데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보유 자산을 활용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여력도 충분하다. 호텔롯데는 2026년 1월 롯데호텔 L7 홍대를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며 매각 규모는 2650억원이다. 2025년 9월 말 연결 기준으로 호텔롯데는 약 5조원 규모의 지분증권과 약 1조4000억원의 투자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감안하면 자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 여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계열지원과 자체투자 이어져, 등급하락시 유동성 부담 확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발행에 나선 배경으로는 신용등급이 단 한 단계만 하락해도 유동성 부담이 급격히 확대된다는 점과 계열사 지원 및 자체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호텔롯데의 현재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이다. 등급이 A+로 하락할 경우 9700억원, A0로 추가 하락하면 1900억원의 조기 상환 부담이 더해진다.
호텔롯데는 계열사 지원과 자체 투자 집행을 병행하고 있다. 우선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을 지속 중이다. 호텔롯데는 최근 롯데건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보증을 제공했다. 롯데건설은 오는 12월 29일과 내년 1월 29일 각각 3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며 호텔롯데는 총 7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에 대해 자금 보충 약정을 체결했다.
앞서 호텔롯데는 롯데건설의 단기사채 매입을 위해 설립된 SPC '프로젝트샬롯'에 1500억원을 대여했으며 롯데건설 전자단기사채 매입 목적의 SPC '오메가제일차' 차입금 4000억원에 대해서도 지원에 나섰다. 이와 함께 롯데물산과는 부동산 PF 펀드 프로젝트샬롯의 선순위 채권자를 대상으로 1조2250억원 규모의 이자 자금 보충을 제공하고 있다.
계열사 관련 부담은 건설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호텔롯데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 142만7209주를 LLH로부터 취득했다. 이는 롯데글로벌로지스 IPO가 지연되면서 LLH가 올해 6월 풋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자체 사업을 위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임차해 운영하던 뉴욕 호텔 부지를 매입하는 데 7203억원을 투입했으며,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월드 부문 신규 어트랙션 도입을 위해 총 111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