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를 불허하면서 호텔롯데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 역시 암초를 만났다. 1조원 수준의 현금 유입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해 계열사 지원 및 뉴욕팰리스 부지 인수 등으로도 예상치 못한 현금이 지출되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못한 모습이다.
호텔롯데로서는 재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계열사 지원이 단행된 점과 더불어 올해 1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자본적 지출도 예고한 상태다.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큰 그림 아래 추가 자산 유동화 및 롯데렌탈의 처분 방향성 등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업결합신고 1년만 '불허' 결정, 현금 확보 계획 차질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지분 63.5% 매입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는 판단 아래 금지 결정을 내렸다. 업계 2위인 SK렌터카를 보유한 어피니티가 1위 사업자 롯데렌탈까지 인수할 경우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은 기업결합 심사 결과의 취지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향후 어피니티와의 협의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려하는 시장 지배력 강화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제안 가능성 여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롯데렌탈 매각을 계속 검토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2024년 말 롯데렌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니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듬해 3월에는 주식매매계약(SPA)도 체결하면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붙였다. 매각 대상 지분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56.2%다.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지분 38.14%를 매각해 약 9800억원을 수혈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호텔롯데는 지난해 초 롯데렌탈 주식 매각(9790억원)과 Avolta AG(옛 DUFRY AG) 주식 매각(1576억원), 기타 자산 매각(2500억원)을 통해 총 1조3866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7000억원은 기존 차입금 상환으로, 잔여 6866억원은 신규사업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지난해 말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 부지를 매입하기로 한 결정 역시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기반이 됐다. 4억9000만달러(약 7200억원) 규모의 지출을 수반하는 거래로, 1조원에 가까운 롯데렌탈 매각 자금으로 차입 없이 건물과 토지를 모두 소유해 임대료 부담과 계약 갱신 리스크를 덜 수 있는 프리홀드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였다.
다만 유동성 유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롯데렌탈 매각에 제동이 걸리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 역시 계획에서 어긋난 양상이다. 신규 원매자 물색, 어피니티와의 협의 등 롯데렌탈을 둘러싼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지만 단기간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빠른 의사결정은 어렵다는 평가다.
◇유동성 확보·재무구조 개선은 지속, 계열사 지원·자본적지출 관리 필요성 커 호텔롯데는 롯데렌탈과는 별개로 그동안 자산 유동화 작업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왔다. 2024년 8월 롯데호텔 L7 강남 토지 및 건물을 롯데리츠에 33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아볼타 주식을 매각해 1576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롯데호텔 L7 호텔 역시 2650억원에 롯데리츠에 처분했다. 해당 자산 처분만으로 7500억원을 상회하는 현금을 쥔 셈이다.
이와 별개로 2024년 말에는 자산 재평가를 단행하면서 부채비율을 120%로 크게 낮췄다. 지난해 말에는 1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자본을 추가로 확충했다.
다만 지출 부담도 무시할 순 없다. 지나해 12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롯데지주 대신 2144억원을 출자했다. 이외에도 롯데건설 유동화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자금 대여,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에 대한 출자 등으로 직간접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내 전방위적인 지원으로 지출 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호텔롯데는 올해 사업부 합산 9294억원의 투자 계획을 진행 중이다. 국내외 지분투자 및 시설 확충 등이 골자로, 향후 3년간 총 1조5144억원의 투자가 예정됐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EBITDA가 3918억원이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는 충당이 어렵다.
결과적으로 계열사 지원과 자체적인 자본적 지출이 지속되는 상황 속 차입 부담을 최소화할 과제에 놓인 셈이다. 추가적인 자산 유동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롯데렌탈의 처분 방향성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롯데그룹 측은 “향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협의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려하는 시장 지배력 강화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제안 가능성 여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