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정기인사 4개월 만에 그룹장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을 맡았던 부행장을 본부장 보직으로 전보 조치하고 상무급 그룹장을 새로 선임했다. 표면적으로 상호관세 리스크 대응을 위한 조직 신설을 인사 이유로 들었지만 내부에선 경영진 재편 차원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CEO에 선임됐다. 그는 세대 교체, 내부통제 강화, 성과주의 문화 정착 등 조직 문화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진 재편으로 리더십을 확보하고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부행장 산하에 부행장 기용, 담당 조직 '그룹→본부' 격하…사실상 '후선 배치'
우리은행은 지난 25일 비정기 인사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을 교체했다. 기존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이었던 송윤홍 부행장이 위기기업선제대응ACT장 겸 기업경영개선본부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오지영 고객센터 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해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을 새로 맡았다.
송윤홍 부행장 전보 조치 명분은 조직 신설이다. 우리은행은 상호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여신지원그룹에 위기기업선제대응ACT를 신설했다. 경기 침체 우려와 고객사 부실화 위험이 커진 만큼 임원급 ACT장을 둬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사실상 후선 배치 성격의 인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송용섭 여신지원그룹장 부행장이 재직 중이다. 송윤홍 부행장이 송용섭 부행장 산하 조직에 배치된 것이다. 송윤홍 부행장이 담당하는 조직 위상도 그룹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ACT와 본부로 격하됐다. 2년차 부행장에게 본부장 역할을 부여한 셈이다. 송용섭 그룹장도 2년차 부행장으로 송윤홍 부행장과 같다.
정기 인사 후 4개월 뿐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인사다. 송윤홍 부행장은 지난해 12월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에 부임했다. 이번에 새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에 취임한 오지영 상무는 지난해 말 본부장으로 승진한 지 4개월 만에 상무로 한차례 더 승진했다. 정기 인사 이후 정 행장의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인사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
송윤홍 부행장에 앞서 기업경영개선본부장을 맡았던 손형주 본부장의 보직 이동이 인사 시작점이었다. 손형주 본부장은 행내에서 부행장 승진 1순위 후보로 평가될 만큼 우수한 성과와 평판을 쌓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손형주 본부장 일신상의 사유로 기업경영개선본부장 교체가 필요했다. 정 행장은 이 공백을 송윤홍 부행장 후선 배치에 활용했다.
◇정진완 행장, 강해진 인사권 활용…리더십 재정비 차원
이번 인사에는 정 행장의 의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임 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정기 인사부터 지주 회장의 자회사 임원 사전 동의제를 폐지했다. 계열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오직 각사의 CEO가 갖도록 독립성을 보장했다.
정 행장은 지난해 11월말 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선임됐다. 추천 후 2주가 채 되지 않은 12월 12일 우리은행 정기 인사가 단행됐고 정 행장은 31일 취임해 행장 업무를 시작했다. 후보자 신분이었던 정 행장의 의사가 정기 인사에 온전히 반영되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정 행장은 한층 강해진 인사권을 활용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인사카드에서 학력, 병역, 출신 지역 등 업무 능력과 연관되지 않은 정보를 삭제하는 등 임직원 인사 정책을 개편하고 있다. 성과 중심 조직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수행하려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에 리더십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 중심으로 경영진을 재정비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부장 자리가 비면 부장 승진이나 다른 본부장 전보로 채워야하는데 부행장을 보낸 건 사실상 강등 조치"라며 "금융소비자보호그룹 업무 특성상 급하게 그룹장을 교체해야할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경영진으로 은행을 이끌어가는 방향에 이견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