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탄생했다. 정부가 공적자금 12조7663억원을 투입해 부실 금융회사들을 하나로 묶어낸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다.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시중은행들이 대거 합병되고 퇴출되는 과정에서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쳐 한빛은행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광주은행·경남은행·평화은행·하나로종합금융 등 5개 금융기관이 합쳐지면서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했다.
그러나 탄생부터 우리금융지주는 추후 해체될 운명이라는 모순을 품었다.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가 선결과제였기 때문이다. 이후 23년에 걸친 민영화 여정에서 4차례의 일괄매각 시도가 번번이 좌절됐다. 결국 증권·지방은행 등 계열사를 하나씩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분리매각 방식으로 선회해야 했다. 2014년에는 지주사 자체가 해체돼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됐다. 그러나 단순 은행 수익구조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2019년 지주사 체제로 부활했다.
초기 우리금융지주와 재탄생한 우리금융지주를 비교하면, 전자의 경우 위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세워진 임시적이고 특수한 지주였다는 특징을 지닌다. 현재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금융지주사의 형태와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직접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성을 느낀 뒤에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금융지주사로서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다.
재출범 이후 우리금융은 잃어버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복원하는 M&A 대장정에 돌입했다.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 캐피탈, 저축은행을 차례로 편입하고, 2024년에는 10년 만에 증권사를 되찾았다. 2024년 8월에는 총 1조5493억원 규모의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 계약을 체결해 2025년 편입을 마치면서 보험업 재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손해보험사만 인수 완료할 경우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완성을 선언할 수 있게 된다.
이 문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금융지주가 탄생하고 해체되는 역사를 간략히 짚어보고 2019년 우리금융지주가 부활한 이후 최근까지 진행한 M&A스토리를 담는다.
2.1. IMF 충격과 은행 구조조정펼쳐보기 접기
1997년 11월,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570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동시에 IMF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총 17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조성해 부실 금융회사 정리에 투입했다.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의 소위 '조상제한서'로 대표되던 5대 시중은행이 합병·해외 매각의 기로에 섰다. 1999년 1월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합병을 단행해 한빛은행으로 다시 태어났다.
2.2. 우리금융지주 탄생 : 2001년 4월펼쳐보기 접기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들을 개별 관리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1999년 대우그룹 계열사 부도로 은행들의 추가 부실이 확정되면서 2000년 12월 40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조성됐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들을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묶어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가 정식 출범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 한빛은행·광주은행·경남은행·평화은행·하나로종합금융 등 5개 금융기관이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2조7663억원에 달했다.
3.1. LG투자증권 인수 : 우리투자증권의 탄생펼쳐보기 접기
우리금융지주는 출범 초기부터 비은행 부문 강화를 과제로 안고 있었다. 은행 외 계열사 수익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04년 LG그룹에서 매각되는 LG투자증권을 인수했다. LG투자증권은 구 럭키증권, 구 대보증권 등이 합쳐진 중대형 증권사로 당시 업계 상위권 회사였다. 인수 후 사명을 우리투자증권으로 변경해 본격적인 투자은행(IB) 부문 육성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그룹 편입 이후 꾸준히 외형을 키워 2010년대 초반까지 업계 최상위권 증권사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3~2014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민영화 과정에서 NH농협금융지주에 약 1조8000억원에 매각됐다.
3.2. 우리아비바생명 : 보험업 진출과 철수펼쳐보기 접기
우리금융은 2003년 영국계 보험사 아비바(Aviva)와 합작해 우리아비바생명보험을 설립하며 보험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분을 우리금융이 49%, 아비바가 51% 보유하는 구조였다. 우리아비바생명은 우리은행 창구를 적극 활용하는 방카슈랑스 전략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에 대한 규제 강화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결국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DGB금융지주에 약 700억원에 매각됐다. 이후 우리금융은 11년 뒤인 2025년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완료될 때까지 보험사 없는 금융그룹으로 남아야 했다.
4.2. 우리금융지주 해체와 우리은행 재편펼쳐보기 접기
2014년 7월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주사를 우리은행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합병 비율은 1:1, 존속법인은 우리은행, 합병 기일은 2014년 11월1일이었다. 이로써 13년 만에 우리금융지주라는 간판이 내려갔다.
4.3. 과점주주 체제의 등장펼쳐보기 접기
우리은행(우리금융지주 해체 후 은행 단독 체제)에 대한 추가 민영화가 2015년부터 다시 논의됐다. 정부는 경영권 매각 방식 대신 복수의 과점주주를 형성하는 보기드문 새 모델을 채택했다. 2016년 11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동양생명(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유진자산운용(4.0%), 키움증권(4.0%), 한국투자증권(4.0%), 한화생명(4.0%), IMM프라이빗에쿼티(6.0%) 등 7개사를 과점주주로 선정했다.
낙찰된 지분은 2017년 1월 완전히 매각됐다. 지분 29.7%에 해당하는 이 매각으로 총 2조3616억원이 회수됐다. 이로써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은 맺고 있던 경영정상화이행약정을 2016년 12월 해지해 우리은행의 자율경영 기반을 마련했다.
4.4. 우리금융지주 재출범(2019년 1월)펼쳐보기 접기
2018년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본격 추진했다. 은행 단독 체제로는 수익성과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경쟁 금융그룹들이 증권·보험·카드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한 반면 우리은행은 여전히 은행 중심의 단순한 구조였다.
은행 체제의 한계는 명확했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없어 수익 구조가 이자 이익에 편중됐다. 사실상 금리수준에 실적의 향방이 움직이는 구조였다.
또한 은행법상 은행은 자기자본의 20% 한도 내에서만 타 법인 출자가 가능해 공격적인 M&A가 불가능하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으면 출자 한도가 자기자본의 130%까지 대폭 늘어난다. 따라서 잃어버린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의 비은행 계열사를 다시 사들이고 진정한 '4대 금융그룹'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체제 부활이 필요했다.
결국 2019년 1월 손태승 전 회장 주도로 우리금융지주가 5년 만에 부활했다. 재출범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IT),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었다. 그러나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취약했다. 증권사, 보험사, 캐피탈사가 없었다.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한 ‘반쪽짜리’ 지주사였다.
5.1. 자산운용·부동산신탁 인수(2019)펼쳐보기 접기
재출범 직후 손태승 초대 회장이 밝힌 M&A 전략은 단계적 접근이었다. '먼저 자산운용사, 부동산 신탁사, 저축은행 등 규모가 작은 매물부터 인수하고, 이후 증권·보험사와 같은 대형 매물을 인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재출범 이후 첫 행보는 자산운용 부문 강화였다.
2019년 8월, 중국 안방보험그룹(安邦保險)으로부터 동양자산운용을 인수해 우리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안방보험으로부터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추가로 인수해 우리글로벌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꾸었다. 같은 시기 국제자산신탁도 인수해 우리자산신탁으로 편입했다. 2024년 1월에는 우리자산운용이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흡수합병해 통합 자산운용 법인으로 출범했다.
5.2. 아주캐피탈·아주저축은행 인수(2020~2021) : 5724억원펼쳐보기 접기
2019년 재출범 당시부터 우리금융의 최우선 비은행 과제 중 하나였던 캐피탈사 인수는 2020년 성사됐다. 대상은 아주캐피탈과 그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이었다. 아주캐피탈은 자동차금융 분야에 강점을 지닌 업계 6위권 캐피탈사였다. 우리은행은 2017년 사모펀드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아주캐피탈 지분 74%를 인수할 때 LP(출자자)로 참여해 지분 49%에 해당하는 1025억원을 투자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해 둔 상태였다.
2020년 10월 23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웰투시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아주캐피탈 지분 74.04%(4260만5000주)를 5724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의결했다. 같은 해 12월10일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서 아주캐피탈은 우리금융캐피탈로, 함께 편입된 아주저축은행은 우리금융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캐피탈사와 저축은행 모두 없던 상황에서 단번에 두 곳을 갖추게 됐다.
5.3.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2023) : 우리벤처파트너스펼쳐보기 접기
2023년 상반기에는 벤처캐피탈(VC) 시장 진출을 위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했다. 인수 후 사명을 우리벤처파트너스로 변경했다. 이로써 우리금융그룹은 스타트업·벤처 생태계에 대한 투자 역량도 갖추게 됐다. 앞선 2022년에는 NPL(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금융F&I도 출범시켜 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해 두기도 했다.
6.2. 한국포스증권과의 합병 전략펼쳐보기 접기
임종룡 회장은 여러 증권사 매물을 물색했다. 다만 증권사들의 몸값이 전반적으로 높았던 상황으로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대표적인 예가 유안타증권이다. 한국 유안타증권 전 대표직을 맡았던 황웨이청(黃維誠) 현 유안타금융지주 사내이사이가 2023년 한국을 찾았을 당시 임종룡 회장단이 직접 만나 유안타증권 인수를 타진했다.
다만 유안타측의 입장이 확고해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유안타증권과 우리금융지주의 통합 뒤 대만 측에 지분 절반을 넘겨 공동경영하는 안도 제기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처럼 후보 물색에 애를 먹던 우리금융지주는 결국 한국포스증권을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방안을 택했다. 한국포스증권은 국내에서 증권업 면허를 가진 소형 증권사였다.
7.2. 인수 과정의 난항 : 금감원 검사와 조건부 승인펼쳐보기 접기
계약 체결 이후 인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핵심 걸림돌은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였다.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려면 최근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금감원이 2024년 9월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예정보다 앞당겨 시작했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약 2300억원이 적발된 것이 계기였다. 검사 결과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했다. 자회사 편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2024년 11월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 내부자신고제도 강화, 금융사고 이상징후 탐지시스템(FDS) 도입 등 내부통제 정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2025년 5월,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으로 의결했다.. 인수 계약 체결로부터 약 9개월 만이었다. 최종 인수 절차는 2025년 7월 초 주주총회와 인수대금 납입으로 마무리됐다.
7.3. 종합금융그룹 퍼즐의 완성펼쳐보기 접기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우리금융그룹에 합류하면서 은행(우리은행)·증권(우리투자증권)·보험(동양생명+ABL생명)·카드(우리카드)·캐피탈(우리금융캐피탈) 등 5개 핵심 사업 분야를 모두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025년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총자산은 600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합병해 '우리라이프' 등의 이름으로 단일 보험사를 출범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8.1.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부활펼쳐보기 접기
우리금융그룹의 M&A 역사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2001년 탄생부터 2014년 해체까지 공적자금의 굴레 속에서 비은행 계열사를 늘렸다가 민영화 과정에서 다시 내준 1기와, 2019년 재출범 이후 잃었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복원하는 2기다. 2기의 M&A는 5년여 만에 자산운용(우리자산운용)·부동산신탁(우리자산신탁)·캐피탈(우리금융캐피탈)·저축은행(우리금융저축은행)·벤처캐피탈(우리벤처파트너스)·증권(우리투자증권)·보험(동양생명·ABL생명) 등 총 7개 신규 비은행 계열사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8.2. 풀리지 않은 숙제 : 규모의 열세펼쳐보기 접기
다만 우리금융은 여전히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에 비해 비은행 수익 비중이 낮다는 구조적 열위를 안고 있다. 2024년 기준 우리금융지주 전체 당기순이익 3조860억원 중 우리은행 비중이 약 98%에 달한다. 2025년 들어서는 이 비중이 83%로 큰 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영향력이 아직까지는 미미한 구조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완료 이후 보험 부문이 본궤도에 오르고 우리투자증권이 안정적인 IB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 이 불균형이 해소될 전망이다. 시장은 우리금융이 중장기적으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