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수사 출범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분할로 요약되는 삼성 바이오 재편은 색채가 다른 CDMO와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사업 부문을 나눠 새 동력을 찾기 위한 선택이다. 그렇다고 각 사업을 담당하는 양사가 계열관계로 묶여있을 때 역시너지를 내왔던 건 아니다.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과 상장 후 해마다 최대 실적과 수익성을 갱신하며 성장했다. 또 수익성 외에 현금흐름에서도 양사가 상호보완관계에 서며 추진력을 효율적으로 공유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캐파 확장 차 빡빡하게 운전자본을 굴릴 때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결잉여현금흐름(FCF)을 벌충해준 게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자릿수 매출성장에도 '마이너스 FCF'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그간 성장세는 볼륨 및 수익성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첫 매출 인식 후 2016년 코스피에 안착했을 때 별도 기준 약 2946억원의 매출을 냈다. 4년 뒤인 2020년 1조원의 매출을 넘겼고 이후로도 매년 두자릿수가 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현금흐름은 앞서 수익상승세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캐파 확장이 생명인 CDMO 사업의 특성상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 대부분을 설비투자에 할애하고도 레버리지와 유상증자 등을 병행했다. 상당한 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도 투자 여력을 다시금 외부에서 확충한 게 일례다.
세부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FCF는 2019년까지 줄곧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2018년 FCF는 -3174억원을 기록한 이래 2019년부터 현금유출 폭을 줄였지만 -1710억원으로 여전히 마이너스 기조였다.
2018년과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년 간 1조원을 크게 넘는 매출액과 약 37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냈다. 그럼에도 FCF는 플러스 전환하지 못했다. 이는 앞서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익성으론 CDMO 확장 등을 위한 설비투자를 모두 감당하진 못했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수 직후인 2022년에도 현금흐름 측면에선 양전을 달성하지 못했다. 설비투자는 여전히 계속됐고 에피스 지분 확보를 위한 대규모 자본 조달(3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 여러 이벤트가 더해진 까닭이다.
◇에피스 인수 후 개선된 현금흐름…'예측가능한 배당'도 가시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금흐름이 반등을 시작한 시기는 2022년 무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23억 달러(당시 한화 약 3조2000억원)을 들여 바이오젠이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1주를 전량 인수한 게 계기였다. 이를 통해 로직스는 2022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수익을 연결로 인식할 수 있었다.
다만 인수 이듬해인 2023년 이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FCF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 기준 2023년 FCF는 5609억원이다. 설립 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상회하는 FCF를 나타냈다. 연간 자본적지출(CAPEX)을 꾸준히 늘리며 2023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지만 이를 딛고 만들어낸 양전환이라 더 주목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앞서 5600억원의 현금흐름 가운데 약 80%는 로직스, 약 20%의 기여분은 에피스의 몫이었다. 2024년엔 FCF를 둘러싼 상황이 오히려 역전됐다. 2024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 FCF는 2023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2817억원이다. 이 중에 700억원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으켰고 나머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만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캐파 확장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당한 CAPEX를 감내해야 하고 상각 이슈도 대응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금창출력을 고려해도 역시 조 단위를 넘어서는 설비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CDMO 확장에 주력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안정적인 FCF를 만들기 어려워 보인다.
FCF 추이가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이나 재무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주주환원, 그 중에서도 배당의 관점에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배당과 관련해 FCF의 10% 안팎에서 여력과 규모를 가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계획과 앞서 설비투자가 병행되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예측 가능성이 다소 떨어진다.
이 상황에서 배당 주체를 삼성바이오에피스로 바꾸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결 FCF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마찬가지로 2022년 처음 양전했다. 더불어 등락세를 보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양전에 성공한 이후엔 비교적 추세를 만들며 순항하는 흐름을 나타낸다.
물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신약개발에 뛰어들 경우 R&D 비용 부담이 생긴다. 그러나 전체 규모는 클지언정 단기에 비용을 몰아넣는 게 아니라 긴 호흡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앞서 FCF 역시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현금창출력과 R&D 비용 지출 추이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비 안정적이며 예측이 가능한 추이를 나타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