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여러 선택지 가운데 바이오를 택해 지주사를 처음 출범한 건 그룹 성장을 주도했던 두 축,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대한 시장 인식이 예전만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흔들리고 있고 삼성물산은 본업 경쟁력보다 지배구조 핵심요소가 더 많이 거론된다.
두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이 같은 현황이 보인다. 그 와중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적으로 높은 PBR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물산·전자의 저평가, PBR 지속 하락세
더벨 SR본부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근 5년 간 PBR을 살펴본 결과, 2024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PBR은 1배를 하회한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이다. 가치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당장 회사를 청산하더라도 장부상 순자산가치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및 그룹 내 상징성을 고려하면 작금의 저평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PBR이 1배를 밑돌기 시작한 건 심각한 반도체 업황 부진이 찾아온 2023년 이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한 번 꺾인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중심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 대한 대응이 늦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주력하던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부문에선 대만 TSMC와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지 못하고 있다. 이제 반도체 부문에선 그룹을 상징하는 초격차를 논하기보다 동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먼저 나오고 있다.
2024년 기준 삼성그룹 비금융계열사가 창출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순이익,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약 80%정도를 삼성전자가 책임진다. 이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PBR이 부진은 곧 시장에서 그룹에 대한 평가절하가 나타나고 있단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외연 확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물산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016년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20조원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2년부터 EBTIDA가 1조원으로 올라섰고 작년까지도 이 추세가 이어졌다. 건설·리조트·패션 및 상사를 포함한 사업 전 부문에서 회복세를 나타낸 결과다. 그러나 PBR은 여전히 수 년째 1배를 하회하고 있다. 앞서 수익성 회복이 삼성물산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승계 과정에서 유력 지주사 후보로 부각되는 과정에서 밸류트랩에 빠졌다.
◇바이오 지분 74% 보유한 물산·전자, 밸류업 최대 수혜자
반면 바이오의 경우 삼성전자나 삼성물산과 달리 밸류를 제약받지 않는 대표적인 섹터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 생산능력(CAPA)는 올해 완공 예정인 5공장(18만리터)를 포함하면 총 78만4000리터다. 세계 1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꼽히는 론자(78만리터)의 캐파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지금은 간발의 차이로 론자의 캐파에 앞섰지만 앞으로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도 있다. 론자가 올해 공개한 직전 및 향후 3년 간 매출액 대비 자본적지출(CAPEX) 비중은 약 25%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4년 매출 대비 CAPEX는 별도 기준 37.8%다. 2022년과(39.4%) 2023년(34.0%)에도 론자 추이를 앞섰는데 여기에 힘을 더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PBR이 줄곧 높은 배율을 나타내는 것도 이런 흐름과 기대감이 얽힌 결과로 볼 수 있다. 수주산업인 CDMO는 특히 초기 고객사 유치 이후론 캐파가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APEX 투자를 늘리는 CDMO 사업에서 한 번 잡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여기에 기존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보유로 막혀 있던 바이오 신약개발도 이번 분할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바이오 사업을 고평가하는 국내시장 특성상 긍정적으로 반응할 이슈다.
이 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분할의 핵심 취지를 주주가치 제고라 강조한 점도 들여다 볼 지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중간지주사 지분은 분할 전과 후 마찬가지로 삼성물산(43.06%)과 삼성전자(31.22%)를 포함해 삼성그룹 및 기타특수관계자가 74%를 보유 중이다. 삼성바이오 밸류업의 최대수혜자가 전자와 물산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