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 재편 과정서 설립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이하 홀딩스)와 산하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가 수익 창구는 어떻게 구성될까.
에피스의 경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일으킬 수 있지만 홀딩스는 배당금이나 상표권 임대료 등으로 수익원이 제한된다. 더불어 중복상장 이슈를 소거하는 차원에서 홀딩스 산하의 에피스 상장을 최소 5년 유예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홀딩스나 에피스의 자금조달 길이 막혀 있는 건 아니다. 성장성, 현재 수익성을 두루 고려해 에피스를 활용한 다른 방식의 펀딩을 고려해 볼 법하다. 경우에 따라 부채자본시장(DCM)으로 접근해 유동성을 조달하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FCF 10%' 지침 고려 시 에피스 배당여력 약 200억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분할해 출범하는 홀딩스의 유동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 1000억원이 전부다. 약 1조원을 웃돌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유동성에서 약 10%가량에 해당하는 예금을 운영자금 용도로 승계받은 결과다.
홀딩스는 더불어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유일하게 에피스 투자주식을 비유동자산으로 승계받았다. 이를 합산한 지주사의 유동자산 총계는 3조3652억원이다. 분할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총계(9조5999억원)의 약 35%에 해당한다. 여기에 약 90억원의 부채 승계를 고려하면 앞서 분할비율 0.3496087이 된다.
결과적으로 홀딩스는 에피스 지분을 제외하면 다른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채 출범한다. 통상 지주사는 사업부문을 별도로 갖고 있지 않을 경우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수익과 상표권 수익, 경영자문 수수료, 임대수익 등이 수입원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후 지금까진 한 번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잉여영업현금흐름(FCF)의 10% 내외에서 현금 배당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배당정책을 분할법인이 승계한다고 가정할 때 에피스는 배당을 감내할 체급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 매출액은 1조원을 넘어섰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살펴보면 2024년 기준 4900억원까지 뛰었다.
다만 FCF로 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2021년까지 에피스는 마이너스(-) 흐름을 나타냈다. 직전 3년 간은 1000억원이 넘는 추이를 보이긴 하나 앞서 매출액과 EBTIDA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최근 FCF를 통해 추산해 낸 에피스의 배당여력은 2024년 말 기준 약 220억원 안팎이다.
◇상장 공모만 정답은 아니다 '프리IPO'도 유의미한 선택지 삼성그룹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할을 선택한 이유는 이해상충 해소를 통한 위탁생산 역량 강화(Pure-CDMO) 외 신약개발 도약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앞서 에피스가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 부분은 R&D 비용으로 들어가고 있다. 투자를 담당할 홀딩스로 향할 배당여력은 연간 200억원에 그친다. 굵직한 투자를 단행하기엔 부족한 금액이다.
자연스레 홀딩스와 에피스가 동원할 또 다른 자금 확충 방식이 필요하다. 보유한 유동자산이 에피스 지분 말고는 없는 만큼 현재로선 이를 활용한 방법론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룹과 바이오로직스의 선언으로 IPO의 길은 최소 5년 간 막혔지만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가능성은 열려 있다. 홀딩스는 에피스 지분을 100% 보유한 상황이다. 구주매출과 신주발행을 미리 타진할 수 있는 구조다.
타 기업집단에서도 비슷한 전례를 찾을 수 있다. 2015년 7월 상장한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상장 약 4년 전인 2011년 당시 오릭스LTI PEF· KB자산운용,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프리IPO를 단행했다. 이로써 약 4000억원 규모의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미래에셋생명의 사례에선 구주 매출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홀딩스와 에피스는 상황에 따라 프리IPO에서도 구주매출의 길을 택할 수 있다.
더불어 2011년 당시 미래에셋생명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상당한 체급 차를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은 금융업 가운데서도 상당히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는 보험주다. 반대로 에피스는 PBR 기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추이를 보이는 바이오 섹터에 속한다. 앞서 에피스의 지분가치에 수익창출능력, 시장 우호도 등을 종합하면 충분히 프리IPO 단계에서도 조 단위 자금 조달이 가능해 보인다.
◇에피스가 채권시장 데뷔한다면? "불가능은 아니다" 프리IPO가 여의치 않다고 해도 홀딩스와 에피스 모두 DCM에 접근하거나 경우에 따라 메자닌을 활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고 채권을 발행한 전적도 있다.
다만 로직스는 CDMO 사업체인 반면 에피스는 신약개발사인 만큼 차이는 있다. 지금까지 바이오텍 가운데서 채권시장 문을 두드린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에피스와 비슷한 체급을 인정받고 있는 셀트리온 역시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채권 시장에 데뷔하지 않은 게 일례다.
이는 바이오텍이 제조업이나 타 산업군과 다르게 일정한 수익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기인한다. 물론 에피스나 셀트리온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사업색채가 다르고 수익성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다. 이런 회사들은 일반 바이오텍보다 신용등급을 받고 사채 시장에 나가는데 유리한 면이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분할한 홀딩스와 에피스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다시 각각 신평사 문을 두드려야 할 뿐 등급평정 자체는 불가능하진 않다"며 "에피스보다 EBITDA가 불안정한 곳도 등급평정을 해서 발행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