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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이오 재편

현금창출력 89%가 전자, 새 동력이 필요한 이유

반도체 경기 따라 그룹 등락, 바이오사업 성장세 독보적

고진영 기자  2025-05-23 07:06:05
삼성그룹의 재무지표는 삼성전자와 거의 동일한 궤적을 그린다. 성장축에서 반도체 사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영업현금창출력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기대고 있다보니 전자를 제외할 경우 비금융계열사 영업이익은 전부 합쳐 7조원도 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쏠린 포트폴리오의 약점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충격을 받쳐줄 계열사가 마땅치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을 통해 바이오를 공격적으로 키우려는 배경으로 짐작된다.

◇삼성전자 없으면…영업이익 40조→7조 급감

2024년 기준 삼성그룹 비금융계열사들의 주요 재무지표를 합산한 결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의 89.3% 이상을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전체 영업현금이 81조7156억원인데 그 중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몫이 73조원에 육박한다.

다른 지표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출 72.5%,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6.4%, 영업이익 82.6%, 순이익의 85.5%를 삼성전자가 지탱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그룹의 전체 매출은 415조원에서 114조원, 영업이익은 40조원 규모에서 6조9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삼성전자는 다른 계열사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기가 삼성전자 관련 전자부품을 생산하고 삼성SDI 역시 전자재료 부문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 반도체및 디스플레이용 소재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안위가 사실상 반도체와 모바일 사업에 달렸다.

실제로 반도체 사업은 수십 년간 그룹의 눈부신 도약을 이끌어왔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1974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운명을 건 도전이었다. 1980년대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기술을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직후 2억원에서 시작한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매출은 지난해 111조원을 돌파했다.


◇동력 약해진 삼성전자, 5년간 지출한 CAPEX '258조'

문제는 삼성전자의 성장 한계가 최근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사업부는 오랫동안 삼성전자의 핵심 수익원이자 기술 리더십의 상징으로 꼽혔다. 그러나 올 1분기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삼성전자로선 1992년부터 33년간 지켜온 왕좌를 빼앗긴 셈이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저하는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져온 하드웨어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한 전략적 대응능력에 의구심을 가져왔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TSMC의 점유율이 67%, 삼성전자는 8%에 불과했다. 시장에선 사실상 좁히기 어렵다고 본다.

게다가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요구되는 자금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5년간 집행한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총 290조원, 연평균 58조원으로 계산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쓴 돈이 89%에 달한다. 총 258조원, 연평균 52조원 상당을 투입했다. 그룹 전체의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2021~2023년 그룹 전체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내리 적자를 기록한 것도 삼성전자의 CAPEX가 원인이었다.


특히 2023년엔 반도체 업황에 유례없는 혹한기가 찾아왔다. 연 51조원까지 찍었던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그 해 6조6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반도체부문이 1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낸 탓이다.

이는 그룹 전체의 실적 둔화로 직결됐다. 2023년 삼성그룹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72% 줄어든 14조원 수준에 그쳤고 잉여현금은 27조원을 넘는 대규모 순유출이 생겼다. 지난해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특정산업, 반도체 경기에 과한 의존이 그룹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바이오 사업, 5년간 현금창출력 5배 점프

반면 바이오 사업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품질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경쟁이 심해지고,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고민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사인 로슈를 비롯해 글로벌 대형제약사들과 5년 이상의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화이자,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 20개사 중 17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위탁개발생산의 특성상 캐시플로우가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변동성 심한 반도체 사업을 보완하기 적합하다는 평이다.


그간 바이오 사업의 실적(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 편입 전 실적 포함)을 보면 2019년만 해도 매출이 1조원대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4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매년 20%를 넘는 두자릿수 성장 중이다. 5년 새 영업이익도 2000억원대에서 1조3000억원대로 6배 이상, EBITDA는 약 4000억원에서 약 1조90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그룹의 전체 매출은 약 31%, 영업이익은 25% 늘었을 뿐이다. 2년 전과 비교했을 땐 오히려 각각 1.3%, 21.2% 후퇴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바이오 사업 성장세는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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