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가 줄줄이 낮추는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 금리는 역주행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총수신 잔액이 100조원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자금 이탈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각 저축은행이 금리 조정에 나선 까닭이다.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 간 금리 눈치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그간 건전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아 온 저축은행으로서 수신 확보는 절박한 과제다. 단순한 유동성 확보를 넘어 자금 조달은 건전성 지표 개선과 수익성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예금자보호 한도 확대를 앞둔 만큼 머니무브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저축은행 간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2년간 보릿고개 견딘 저축은행, 수신 확대 움직임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전체 수신 규모는 99조5873억원으로 지난해 7월(99조9128억원) 이후 8개월 만에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신 잔액은 2021년 12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22년 11월에는 121조3572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저축은행의 이런 흐름은 다른 2금융권과도 대비된다. 새마을금고의 수신은 여전히 26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상호금융조합 역시 3월 말 기준 수신이 515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연체율이 상승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금리 경쟁력이 저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저축은행들이 지난달 수신 금리를 올리며 금리 경쟁 신호탄을 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1년 만기)는 연 2.97%(9일 기준)로 나타났다. 전달 9일 연 2.96% 대비 0.01%p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연 2.75%인 기준금리를 연 2.50%로 끌어내린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은 JT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바로저축은행 등이다. 이들 상품은 모두 최고 연 3.2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수신금리를 올린 저축은행별 사정은 다르지만, 업계는 이들 저축은행이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채권 발행 등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달리, 저축은행은 (자금) 유입 수단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지난 2년간 여·수신 잔액이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만큼, 금리 인하 분위기에도 수익성 회복을 위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유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 금리 조정…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앞둔 선제 조치 분석 저축은행에 수신 확보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사실상 저축은행의 주요 수익원이 예대마진인 탓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관련 대출에서 부실이 잇따라 발생하며 건전성에 큰 타격을 받은 저축은행들은 근 2년간 부실채권을 정리에 주력하는 동시에 보수적 영업 기조를 유지해 왔다.
2년 전 만 하더라도 130조원을 넘어섰던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감소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1분기 총자산은 118조6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말(120조9000억원) 보다 2조3000억원(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신 역시 96조5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1.4%) 줄었다.
업계는 일부 저축은행의 수신 금리 인상을 두고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5000만원→1억원)에 따른 머니무브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 확대 시행에 앞서 신규 고객 확보는 물론 예금 만기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신 금리는 시중은행 보다 저축은행이 높다 보니 여러 저축은행에 예금자보호한도 만큼만 자금을 유치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예금자보호한도가 확대되면 예금 만기 시기가 9월로 집중될 수 있어 만기 분산을 위해 미리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조달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파킹통장 등 단기성 수신 상품을 병행하며 전략적 유연성도 확보하고 있다. 지난 4월 다올저축은행이 파킹통장 마케팅을 강화한 데 이어 이달 애큐온저축은행은 최대 연 3.0%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내놨다. 파킹통장은 대표적인 저원가성 수신 상품으로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단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