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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자본잠식에 빠진 유니슨이 외부 조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주주 아네모이로부터 전환사채(CB) 투자를 유치한지 1개월여 만에 주주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투심이 위축된 탓에 주가는 다소 횡보하는 분위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슨은 6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관사로는 SK증권, 엘에스증권, 한양증권이 선정됐다. 세 증권사는 실권주 발생 시 각각 배정 물량에 따라 잔액 인수를 책임진다.
자금은 올해 3분기부터 2026년 3분기까지 집행될 예정이다. △연구개발비(100억원) △원부자재 매입대금(120억원) △용역대금(100억원) △운영자금(100억원) 순으로 배정됐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자금 조달이다. 유니슨은 앞서 전환사채(CB) 발행, 타법인(오미산풍력발전주식회사) 출자증권 처분을 통해 총 486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채무 상환자금(CB)과 운영자금 마련 목적으로 CB에는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아네모이가 전액 출자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유니슨은 지난 2020년
3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 조달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5년 동안 총 2579억원을 조달한 셈이 된다.
유니슨은 연결기준 최근 10년 중 5개 사업연도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은 25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1077억원) 대비 7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25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18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내 적자를 끊어내지 못했다. 정부의 풍력 에너지 투자 지연으로 본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니슨은 풍력발전 관련 설비를 공급하는 에너지 기업이다. 풍력발전시스템과 풍력발전타워 등의 설계 용역을 수행하고 발전소를 직접 건설해 매출을 올린다. 신안 해상풍력과 새만금 풍력단지 착공이 수년째 지연되면서 설비 발주가 늦어졌고 사업 전반에 타격을 입었다.
재무 건전성 회복은 이번 유상증자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지난 1분기 말 연결기준 유니슨의 자본금은 841억원, 자본총계는 626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약 25% 수준이었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핵심은 주주들의 반응이다. 유증 발표 직후 이래 투심은 약화됐다. 유상증자 발표 이튿날인 지난 20일 유니슨의 주가는 전일 종가(1793원) 대비 21% 하락한 1418원에 마무리됐다. 이날(24일) 역시 장 초반 시초가 대비 1%의 하락세를 보였다.
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낮아지면서 조달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1분기 말 별도기준 유니슨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8억원에 불과했다.
주주들의 호응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최대주주는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유니슨 측은 19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최대주주는 구주주 청약에 배정물량이 미참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네모이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유니슨의 지분 9%를 보유했다.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시 완료 후 지분율은 6.9%로 지분율은 약 2%포인트 줄어들게 된다.
유니슨 측은 올해 실적에 대한 더벨의 질문에 "올해 가이던스를 공개하지 않아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