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정태영 부회장과 합을 맞추는 각자대표를 교체하며 리더십을 정비한다. 현대캐피탈과 경영 분리로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한 이후 첫 인선이다. 그 사이 지배구조가 안정되고 신사업 성과도 있었으나 카드업황 악화로 경영진을 일신할 필요가 있었다. 조창현 신임 대표는 실적과 수익성을 회복하고 정 부회장이 주도하는 신사업 성공을 뒷받침해야 한다. 현대카드 리더십 전환의 의미와 조창현 체제의 주요 과제를 살펴봤다.
현대카드가 오너 경영인 정태영 부회장(사진)과 합을 맞출 새 파트너를 내세웠다. 조창현 카드영업본부장 전무(사진)가 정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 현대카드를 이끈다. 현대카드가 현대캐피탈과 경영 분리되면서 각자대표 체제가 도입된 지 4년 만에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졌다. 그간 정 부회장과 합을 맞춘 김덕환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김 대표는 카드 전문가로 전문 경영인 역할을 수행한 것 뿐만 아니라 정 부회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현대카드 지배구조 전환기를 함께했다.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로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경영 분리 후 정 부회장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면서 경영진 일신에 나설 여건이 만들어졌다.
◇경영 분리 후 첫 인선…한 챕터 마무리
현대카드는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조 전무를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조 전무는 이달 30일 열리는 이사회에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 인선은 2021년 9월 현대카드·커머셜과 현대캐피탈 경영 분리가 이뤄진 후 첫 각자대표 교체라는 의미가 있다. 현대카드는 경영 분리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정 부회장과 김 대표가 각자대표를 맡았다. 정 부회장이 경영 전반과 신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김 대표가 카드부문을 전담하는 구조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왼쪽), 김덕환 대표(오른쪽)
정 부회장과 김 대표는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정 부회장은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경영학 석사, 김 대표는 컬럼비아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김 대표는 GE머니에 재직한 적이 있고 GE캐피탈은 현대카드·캐피탈과 10여년간 합작사로 관계를 맺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금융사를 꿈꾸는 정 부회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물이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2011년 현대캐피탈에 합류하며 정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경영 분리가 이뤄지기 전으로 정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었다. 김 대표는 현대캐피탈에서 금융기획실장, 캐피탈2부본부장을 맡아 정 부회장을 보좌했다. 2017년에는 현대카드 카드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9년 카드부문 대표가 되며 승승장구했다.
2021년 정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에서 물러나면서는 김 대표의 역할이 한층 커졌다.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하면서다. 그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고 새로 선임한 각자대표는 각사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정 부회장을 뒷받침해 경영 분리 후 지배구조 안정화에 일조했다. 기업공개(IPO)를 요구한 기존 재무적투자자(FI) 사모펀드 어피니티 컨소시엄 대신 푸본그룹을 주주로 맞이하면서 IPO를 중장기 과제로 미룰 수 있었다. 또 경영 분리 후 현대차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키울 필요가 있었던 정 부회장은 애플페이 등 신사업에 집중하며 성과를 냈다. 김 대표가 현대카드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카드부문을 도맡으면서 정 부회장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안정적 지배구조 바탕 실적 개선 주력
경영 분리 후 두번째로 각자대표에 취임하게 된 조 전무는 김 대표와 닮은꼴 이력을 가졌다. 삼성카드, 현대캐피탈을 거쳐 현대카드에 합류한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조 전무도 삼성카드, 현대캐피탈 재직 이력을 갖고 있다.
다만 조 전무는 현대카드 합류 시점과 맡았던 역할 측면에서 김 대표와 결이 다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삼성카드에서 경력을 시작하긴 했으나 직원 시절인 2004년 현대카드에 입사해 주요 조직을 두루 거쳤다. 카드부문장으로 현대카드에 합류해 카드부문 대표, 대표이사를 지낸 김 대표와는 다른 커리어다. 직원 시절을 외부에서 보낸 김 대표와 달리 조 전무는 현대카드 내부 출신 임원으로 분류된다.
정 부회장이 조 전무를 각자대표로 발탁하고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지배구조 전환기도 일단락 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외국계 금융사와 현대캐피탈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카드 경영 및 현대캐피탈과의 경영 분리에 대해 정 부회장에게 조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조 전무는 현대카드 내에서 여러 조직을 거쳐 카드부문 비즈니스를 더 면밀하게 챙길 수 있다. 지배구조 안정화로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조 전무는 안정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경영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최근 카드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현대카드도 과거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순이익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익성 지표도 주춤한 상태다. 경영진 일신을 바탕으로 카드부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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