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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엔젤 리스크

메리츠 찾아간 폴라리스쉬핑, 투자-투기등급 '기로'

③신용등급 'BBB-'로 하향후 사모채 시장서만 조달

백승룡 기자  2025-07-22 08:00:40

편집자주

채권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기업을 ‘폴른엔젤(Fallen Angel)’이라고 일컫는다. 투기등급으로 낮아지게 되면 시장의 투자수요가 급감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금리도 큰 폭 치솟는다. 특히 투자적격등급이었던 홈플러스마저 올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시장의 경계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더벨은 폴른엔젤이 됐거나 앞으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조달여건을 짚어보고자 한다.
중견 벌크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매년 공모채 시장을 찾던 발행사였지만 현재는 6년째 사모채 시장을 전전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데 이어, 불안정한 지배구조로 인한 모회사 자금 지원 부담이 지속돼 신용등급이 지속 하락한 탓이다. 폴라리스쉬핑은 등급이 한 단계만 더 낮아지면 투기등급이 되는 기로에 서 있다.

◇공모채 정기 이슈어, 'A3-' 등급 떨어지자 자취 감춰

폴라리스쉬핑은 현재 장기 신용등급 없이 단기 신용등급만 ‘A3-‘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 신용등급으로 환산하면 BBB-에 준하는 등급이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BBB+ 등급을 유지했지만, 꾸준히 등급이 하락하면서 투자적격등급의 마지노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크레딧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폴라리스쉬핑의 자금조달 여건은 눈에 띄게 비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폴라리스쉬핑은 BBB+ 등급을 보유하던 2019년까지만 해도 매년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던 정기 이슈어(issuer)였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발행시장을 찾아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본격화되면서 폴라리스쉬핑은 6년째 공모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2020년 BBB0 등급으로 낮아진 폴라리스쉬핑은 2022년 BBB- 등급으로 재차 하향 조정됐다. 2019년 마지막 공모채 발행 당시에도 일부 만기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투심이 비우호적이었던 탓에, 등급 하락까지 이뤄지면서 폴라리스쉬핑의 시장 입지는 더욱 좁아졌던 것이다.

폴라리스쉬핑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본격화된 것은 코로나 초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부터다.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롤오버되지 않으면서 폴라리스쉬핑의 자금보충 의무가 현실화됐고, 이후 차례로 만기도래하는 유동화 차입금에 대해 연달아 상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자본 확충이 필요한 시기였지만 폴라리스쉬핑의 지배구조가 불안정했던 탓에 유상증자 등의 카드가 나오지 못했다. 당시 2대주주와 3대주주가 모두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투자자금 회수 방안 등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렸던 것이다. 폴라리스쉬핑은 건조 중인 선박 등 영업자산을 매각하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대응했고, 이는 폴라리스쉬핑의 사업 기반 약화로 이어졌다.

◇양호한 실적에도 모회사 지원 부담 지속

공모채 발행이 어려워진 폴라리스쉬핑은 그간 사모채 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을 전전하면서 자금조달을 이어왔다. 2020년 사모전환사채(CB), 2021~2024년 사모채, 올해 사모채와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이 활용됐다. 지난해에는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40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금리는 연 10%을 웃도는 조건이었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말 700억원을 조기상환한 데 이어 올 상반기 1800억원을 추가로 상환하면서 메리츠증권 대출잔액을 900억원으로 낮추는 데 성공한 상태다. 영업현금흐름과 선박금융 리파이낸싱 재원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실제로 폴라리스쉬핑은 연간 매출액이 연결기준 1조원을 웃도는 데다가 영업이익도 2000억원 안팎을 나타내는 등 양호한 수준의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여전한 리스크로 남아 있다. FI 지분 매각 과정에서 주주 교체가 반복되는 등 수년간 지배구조가 불안정한 상태다. 이는 폴라리스쉬핑의 지속적인 배당 부담으로 이어져, 투자적격등급 마지노선에 있는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선박 매각으로 1600억원을 확보했지만, FI 투자회수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폴라에너지앤마린(폴라E&M)에 대한 지원으로 2850억원의 배당을 실행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대주주인 폴라E&M은 지주회사로서 폴라리스쉬핑 재무에 의존적”이라며 “최대주주 재무지원 목적으로 폴라리스쉬핑의 대규모 배당이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계열향 자금 지원 리스크는 폴라리스쉬핑의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폴라리스쉬핑의 부채비율은 353.1%였는데 올해 1분기 리파이낸싱과 배당금 지급을 고려하면 재무지표는 악화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라리스쉬핑의 재무부담이 지속돼 추가적인 등급 하락이 발생하면 BB+ 등급으로, 폴라리스쉬핑의 주된 자금조달 수단인 사모채 발행도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폴라리스쉬핑이 한양증권 자산유동화대출로 조달한 214억원 규모 자금은 신용등급 BBB- 또는 A3- 이상 유지 조건이 있어, 등급 하락은 연쇄적인 상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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