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DL그룹으로부터 3000억원을 수혈 받은 여천NCC가 연내 만기 도래할 회사채 차환을 마무리했다. 연말까지 만기를 앞둔 회사채 금액은 총 1438억원으로 이중 600억원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활용해 리파이낸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여 금액은 은행 창구에서 일반 차입금을 일으켜 대응했다. 디폴트 리스크가 불거짐에 따라 금융권도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을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대주주의 지원이 현실화되면서 은행들도 대출 실행을 주저하진 않는 모습이다.
◇은행권 490억 대출 승인…만기 도래 회사채 차환 완료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18일) 여천NCC 이사회는 주주사로부터의 금전 차입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대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으로부터 각각 1500억원의 대여금을 받는 게 골자다. 앞서 DL그룹이 자금 지원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며 디폴트 위기가 불거졌지만 DL케미칼의 증자에 DL과 대림이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디폴트 우려가 수그러든 것은 긍정적이나 만기 도래 금액에 대응할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여천NCC는 하반기까지 1438억원의 회사채와 더불어 총 1조941억원의 차입금 만기를 맞이한다. 상반기 연결 기준 순손실이 2222억원에 달해 한화와 DL의 추가 지원 없이는 자체적인 대응도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DL그룹의 지원 의지가 지속되는지 여부가 관건이었지만 결국 자금 대여를 결정하면서 금융 기관들도 전향적 스탠스로 돌아선 모습이다. 여천NCC가 연내 갚아야 할 회사채 1438억원 중 700억원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붙은 P-CBO다. 신보의 승인 여부를 단정할 순 없었지만 최근 600억 차환 발행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금액 중 738억원은 은행이 실행한 운영자금 대출이지만 사모사채 형식으로 차입한 탓에 회사채 만기 도래 금액으로 잡혔다고 알려졌다. 여천NCC는 이중 248억원은 상환하고 490억원은 국민은행에서 일반 차입금을 받아 차환을 마무리했다.
여천NCC의 디폴트 위기가 불거지자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출 승인 과정에서 회사의 크레딧 리스크가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추이를 계속 지켜볼 예정"이라면서도 "현업 입장에서 은행들이 여천NCC에 대출을 내주기 꺼리는 분위기는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신용평가
◇'미사용 여신 한도·유형자산 담보' 활용 전망…한화·DL 갈등 진화 필요성
회사채 외에도 만기 도래 금액이 적지 않지만 대응 수단이 부족하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여천NCC는 내년까지 만기를 앞둔 차입금에 대해 은행 미사용 여신 한도 및 유형자산 담보를 잡아 차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상반기 기준 여천NCC 차입금 가운데 1조5085억원에 대해 토지, 건물, 기계장치가 담보로 잡혀 있다.
만기 대응 여력은 남아 있지만 금융 기관들의 장기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여천NCC가 연초 주주사에 차입금 상환 및 자본 확충 방안 등을 보고했을 때는 한화와 DL그룹의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 그러나 양측이 공급가 등을 두고 연일 강대강 대치 모드로 접어들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한화와 DL이 자금 지원을 결의하면서 금융 기관들도 우려를 덜었지만 위기가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열 지원 의지가 큰 석유화학사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지만 계열 지원에만 온전히 의지할 수 없다"며 "자체 사업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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