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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여천NCC 디폴트 위기, 업황 탓할 수 없는 이유

한화·DL 한 지붕 두 가족 체제, 호황기 기초 체력 남기지 않고 과잉 배당

김형락 기자  2025-08-25 09:14:56

여천NCC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배당을 집행했는데, 12년 동안 누적 배당금은 3조4000억원입니다. 같은 기간 거둔 순이익(3조7372억원) 91%가 배당으로 나간 거죠. 본격적인 석유 화할 불황이 시작된 2021년부터 배당이 중단됐습니다.

배당을 이렇게 집행하니 신사업 진출은 물론이고 유사시 대응할 기초 체력도 남아 있기 어렵죠. 여천NCC는 미래를 도모하는 성장 기업이라기보다 DL과 한화의 '현금 창고'에 가까웠습니다. 시설 투자 등 자본적 지출(CAPEX)은 뒷전으로 밀렸죠. 2009년부터 2020년까지 CAPEX는 배당 지급액의 56%밖에 안됩니다.

#유동성 관리 실패가 야기한 EOD 리스크

여천NCC는 지난해부터 기한 이익 상실(EOD) 등 디폴트 위험이 불거졌습니다. 올해 공동 최대주주(각 지분 50%)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DL 측이 반대하다 결국 자금 지원에 참여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죠.

여천NCC는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2022년부터 실적이 나빠졌습니다. 최근 3년 연간 매출은 5000억~6000억원입니다. 고유가, 공급 과잉, 수요 둔화 등 겪다 보니 매출원가가 치솟았습니다.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에 3867억원, 2023년 2388억원, 지난해 1503억원이었습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마이너스(-) 768억원이었지만, 2023년에는 플러스(+)로 전환해 157억원, 지난해에는 134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CAPEX로 나가는 돈이 있다 보니 잉여현금흐름(FCF)은 2018년부터 계속 마이너스입니다.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도 회사에 도는 현금이 없다는 얘기죠.

현금성 자산이 1억원 미만인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기말 현금성 자산은 2021년에 8800만원, 2023년에 8700만원, 지난해에는 8300만원이었습니다. 올 3월 1073억원으로 늘었지만, 총차입금이 1조8000억원가량 쌓여 있습니다. 올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5000억~6000억원입니다. 유동성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77.6%입니다. 게다가 내년 3월에 각각 600억원, 15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도래합니다. 여기에는 부채비율 400% 이하 유지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못 지키면 EOD가 불거질 수 있죠.

지속되는 손실은 자본 감소로 이어집니다. 레버리지 지표도 나빠지죠. 2021년 부채비율이 181%였는데 2022년에 200%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331%까지 올라갔습니다. 올 1분기에는 280%로 개선했습니다. 토지 재평가를 통해 자본 감소를 어느 정도 보완했기 때문이죠. 토지 재평가 이익이 2022년에는 2015억원, 지난해 861억원입니다. 올 1분기 2000억 규모 유상증자도 있었죠.

다행히 유지보수 중심 CAPEX를 집행해 설비 투자 부담은 완화됐습니다. 2021년까지 부타디엔 등 설비 투자를 마무리했습니다, 2023년 1269억원으로 증가한 CAPEX가 지난해에는 200억원대로 줄었습니다. 운전자본 성격이 강해 상환 압력이 낮은 유산스가 7178억원, 담보차입금이 유산스를 일부 포함해 8876억원을 가용할 수 있습니다. 담보화할 수 있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도 1조5473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죠.

#2009~2020년 누적 순이익 91% 배당으로 빠져나가

여천NCC 재무 상황이 안 좋아진 배경 중 하나는 과도한 배당입니다. 주주사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한 해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가져갔습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배당을 집행했는데 12년 동안 지급한 배당금이 3조4000억원입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3조7372억원인 걸 감안하면 91%가 빠져나간 셈이죠.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된 2021년이 돼서야 배당금 집행이 중단됐습니다.

배당을 이렇게 가져가면 신사업 진출은 물론이고, 유사시에 대비한 체력도 남아있기 어렵습니다. 여천NCC는 미래를 도모하는 성장 기업이라기보다 DL그룹과 한화그룹의 '현금 창고' 느낌이 강합니다. 이러면 CAPEX 같은 시설 투자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2009년에서 2020년까지 총 CAPEX는 배당지급액의 56% 수준입니다.

수급 상황이 좋지 못한 기초화학제품 외 별다른 수익 구조가 없는 게 여천NCC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신용등급도 A-, 부정적이니 회사채를 찍으려 해도 미매각 사태가 벌어지고요. 결국 유상증자 외에는 당장 해결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에도 한화는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했지만, DL 측 반응은 좋지 못했죠. 결국 증자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이런 방법은 응급처치에 불과합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죠.

현재 여천NCC는 한화와 DL이 지분을 반반씩 가진 공동기업입니다. 지분율 변동이 생겨 어느 한쪽의 종속기업이 되면 곧바로 재무 부담이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됩니다. 주주사 둘 다 이걸 원치 않죠.

더구나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도 재무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DL케미칼은 3년 연속 FCF가 마이너스입니다. 영업현금흐름은 1000억~2000억원인데 연간 CAPEX가 3000억원 많으면 5000억원 단위입니다. 한화솔루션도 시설 투자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3년 연속 FCF가 마이너스입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200%를 넘었습니다. 올 3월 말에는 192%로 개선됐습니다.

#업황 불황 닥치자 합작사 지배구조 한계 드러나

갈등의 시작점은 에틸렌 판매 가격과 물량 배분 구조로 파악됩니다. 에틸렌 생산 물량 중 약 70%를 한화가 가져가는데 이 과정에서 할인 조건으로 연간 수백억 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는 주장이고요. 물론 한화 측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여천NCC를 둘러싼 갈등은 한화그룹과 DL그룹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가진 근본적 한계의 연장선입니다. 양측은 여천NCC 설립 초기부터 경영 철학과 이해관계 차이로 수시로 갈등과 교착 상태를 반복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여천NCC는 계속 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고요.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지배구조로 연결됩니다. 석유 화학 불황에 합작 법인 특유의 거버넌스의 약점이 겹치면서 사태가 비화 걸로 보입니다. 이게 해결되지 않는 한 계속 악순환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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