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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투자 거듭' 농심, 우량 재무상태 '이상 무'

미국·유럽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 유보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충당 가능

김혜중 기자  2025-08-27 15:56:57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고 있는 농심의 유동성은 오히려 더욱 풍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9년까지 시설투자 규모를 1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하며 지출 부담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우량한 재무구조와 견조한 현금흐름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의 2025년 2분기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843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 7263억원까지 포함하면 9106억원에 달한다. 2024년 말 8921억원 대비 2%가량 증가한 수치다.


농심은 우량한 재무구조를 구축한 상태로, 이자 비용이나 상환 등에 대한 부담이 적어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금 곳간에 쌓아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5년 반기말 연결 기준 농심의 부채비율은 35.4%에 불과하고 총차입금도 1984억원에 그친다. 보유 현금 9106억원을 기반으로 계산하면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7122억원이다.

이에 농심의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은 45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2억원에 그쳤지만 농심히 지난해 말 자기주식을 활용해 교환사채를 발행, 1385억원을 조달하면서 이자 비용이 소폭 증가했다. 물론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은 21.4배로 여전히 부담 없는 수준이다.

농심은 최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개년간 총 1조2000억원의 시설 투자도 예고했다. 현재 농심은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6년까지 1918억원의 투자 집행이 예정된 상태다. 여기에 2027년까지 2290억원을 들여 국내외 물류 수요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울산삼남물류센터'도 건립 중이다.

농심이 1조2000억원 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당 시설투자 외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가 예고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미국 현지 공장이다. 농심은 2023년부터 제2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 제3공장 건립도 검토했지만 당시 미국 내 소비 시장이 침체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자 착공 시기를 미루고 제2공장 가동률 제고에 집중했다. 최근 미국 내 K푸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 농심도 공격적인 영토 확장 계획을 밝힌 만큼 제3공장 건립 착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 현지 공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농심은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 '농심 유럽(Nongshim Europe B.V.)'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농심 유럽을 통해서는 2030년까지 3억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지만 아직 현지 내 생산 법인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가시적인 매출 규모가 확보되면 현지 생산 기지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5년간 농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도 2030년까지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대부분의 투자는 유보 현금 및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9000억원을 상회하는 현금과 추후 이익률 개선으로 유입되는 현금량의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우량한 재무 상태와 현금 곳간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 쪽 성장세를 가져갈 수 있는 요소들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의 경우 성장세를 더 가져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유럽 법인도 활성화가 된다면 시설 투자 등의 방향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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