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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나비효과

영업 할수록 넘치는 준비금…기본자본 잠식 '시간 문제'

⑥이익잉여금 한도 초과시 보완자본으로 쌓아야…"전면 재검토 필요"

김영은 기자  2025-09-12 14:47:04

편집자주

해약환급금준비금은 IFRS17 체제에서 과도한 전환 이익의 사외 유출 방지와 보험 계약자 보호를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영업을 하면 할수록 가파르게 쌓이는 이 준비금 때문에 제도의 역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여파로 보험사의 배당과 자본 비율 관리 등이 난항을 겪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최근 제도를 부분적으로 완화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불러올 나비효과를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보험사의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가 기본자본 규제와 상충되는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준비금 규모가 이익잉여금 한도에 다다를 경우 보완자본으로 초과분을 쌓으며 자본의 질적 저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속도가 가팔라 중소형사는 벌써 이익잉여금 잠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의 첫 대면에서 다수 보험사가 제도 개선을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다만 현 당국이 소비자 보호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가 소비자 보호 기능 보다는 보험사의 영업 활동 및 자본 관리를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쌓아도 문제, 줄여도 문제…기본자본 규제, 해약준비금 "양립 불가능"

업권에 따르면 지난 1일 진행된 이찬진 금감원장-보험업권 CEO 간담회에서 다수의 보험사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보험 영업을 확대할수록 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져 보험사의 주주환원은 물론이고 자본의 질적 저하를 야기한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는 곧 도입을 앞둔 기본자본 규제와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해당 준비금이 이익잉여금 한도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회계(SAP)상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이익잉여금 한도 내에서 쌓이고 이를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한도가 차면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더이상 쌓이지 않지만 보완자본으로 분류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 초과분이 늘어나면서 기본자본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올 상반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16곳 중 10곳은 이익잉여금의 절반 이상을 해약환급금 준비금으로 쌓았다. 전반적으로 생보사의 적립율이 높았는데 이중 DB생명은 이익잉여금의 97.5%가 해약환급금 준비금이다. 농협생명도 2조1297억원의 준비금을 쌓으며 이익잉여금의 81.1% 수준까지 올라왔다. 준비금 규모가 곧 이익잉여금 한도를 넘어서게 돼 기본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손보사 중에서는 롯데손보가 이익잉여금의 81%를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쌓았다. 3399억원으로 준비금 규모는 적지만 이익잉여금 한도가 적어 잠식 속도가 빠르다. 다음으로 한화손보가 이익잉여금의 73.3%가 해약환급금 준비금이다. 손보사는 비상위험준비금을 우선적으로 쌓은 뒤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곧 이익잉여금 한도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말 기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비율은 이미 -12.92%로 마이너스(-)값을 기록하고 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률을 대폭 낮춰 속도 조절에 나선다고 해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이 줄어든 만큼 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 초과분이 늘어나 보험사의 기본자본비율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앞서 제도 완화를 통해 직전 분기 킥스비율을 170% 이상인 보험사에 대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율을 80%로 낮췄지만 이는 기본자본 관리에는 치명타로 작용했다.

◇계약자 보호 기능 보단 자본 관리, 영업 저해 부작용 크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가 존재하는 한 보험사의 기본자본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영업 활동을 통해 보험 계약을 늘릴 수록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커지는 구조인 만큼 해당 준비금이 이익잉여금 한도에 다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러나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가 보험 계약자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인 만큼 소비자 보호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현 금융당국에서 제도 손질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킥스비율 규제에 이미 해약환급금 대량 인출 위험이 반영되어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자본 규제 도입에 앞서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발생한 신계약에 대해서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적용하지 않는 등의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기본자본 규제 연착륙 방안 중 하나로 기본자본에 CSM(보험계약마진) 납입 보험료를 가산하는 등의 방법도 제기된다. 기본자본 확충 방안이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유상증자로 제한적인 만큼 이익잉여금 규모 자체가 적은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기본자본 확충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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