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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생과 대신 사이언스' 위험 낮춘 합병 '실익은 미미'

소액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모두 행사도 86억, R&D 지속 의지 일환 상징성

이기욱 기자  2025-09-22 09:37:40
HLB가 HLB생명과학과의 흡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HLB사이언스 합병에 나선다. 그러나 작은 규모로 인해 실익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HLB사이언스가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을 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HLB는 엘레바 테라퓨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패혈증 치료제 미국 임상 2상에 도전한다는 계획이 있다.

◇생명과학 합병 무산 이후 한 달만에 방향 선회, 무산 리스크 낮아

HLB는 내년 1월 HLB사이언스와 합병을 한다. 내달 2일 소규모합병을 공고하고 11월 이사회를 통해 최종 확정한다. 이번 합병은 소규모합병에 해당하기 때문에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이사회 결의로 갈음한다.

HLB와 HLB사이언스의 합병 비율은 1대 0.04다. 총 79만6312주의 합병법인 신주가 HLB사이언스 주주들에게 발행된다. 현재 HLB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33.11%인 HLB글로벌이고 HLB생명과학과 HLB바이오스텝이 각각 26.67%, 7.31%로 뒤를 잇는다.

발행 신주의 지분율은 0.6%에 불과해 이번 합병이 HLB 지배구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3월 리보세라닙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무산 이후 침체돼 있는 기업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해석된다.

HLB는 애초 HLB생명과학 합병을 통한 분위기 반등을 꾀했다. 4월 계획을 발표하고 8월 합병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400억원 상한선으로 예상했던 HLB생명과학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그 이상을 기록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약 한 달만에 HLB사이언스 합병으로 방향을 선회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위험 때문이다. 만약 HLB생명과학 합병을 재추진했다가 무산될 경우 그룹 전체 전략에 대한 시장 신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HLB는 이번 합병에 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된 계약 해지 조항을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만약 HLB사이언스의 소액주식 509만2664주 모두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다고 하더라도 매수가가 1688원으로 낮아 86억원의 자금만 있으면 된다.

6월 말 기준 HLB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30억원으로 해당 주식 매입 자금에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또한 매수가가 현재 주가인 1708원 보다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청구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누적 결손금 274억로 재무적 실익 없어, 미국 임상 시너지 기대

HLB사이언스 합병에 따른 HLB의 재무 구조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말 기준 HLB사이언스의 총 자산은 32억원에 불과하다. 신약개발 기업 특성상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고 총 누적 결손금은 274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전체 영업손실 21억원과 비슷한 수치다. 합병으로 인해 증가할 자본금 규모도 약 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HLB 조직 운영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다. 현재 HLB사이언스의 전체 임직원 수는 총 9명으로 작년 말 12명에서 더욱 줄어들었다. 조직 축소와 결손금 누적 등을 이유로 일각에서는 HLB사이언스가 진행 중인 개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LB는 오히려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핵심 R&D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HLB사이언스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제내성균 감염증 및 패혈증 치료제 'DD-S052P'다.

DD-S052P는 올해 5월 미국 임상 1상 투약을 완료하고 2상 디자인을 준비 중이다. 리보세라닙 개발을 진행하면서 미국 임상 및 인허가 경험을 축적한 엘레바와의 시너지가 이번 합병을 통해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HLB 관계자는 "미궁 임상 2상 디자인 등 관련 경험 풍부한 엘레바와의 협업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계열사끼리의 협업 보다는 HLB 안에서의 자회사와의 협업이 더 원활하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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