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바이오스텝이 수년째 이어지는 영업손실 흐름에도 HLB그룹 계열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작년 영업활동과 투자활동, 재무활동 등 전 분야에서 현금흐름 순유출이 일어났음에도 연말 HLB이노베이션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HLB 측은 남아있는 현금 유동성과 비임상 CRO(위탁연구) 시장 회복 흐름 등을 고려할 때 늘어나는 재무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HLB바이오스텝이 HLB그룹에 편입되기 이전부터 추진해온 유망 바이오텍 투자 사업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작년 3분기 동안 현금 보유 약 절반 감소, 미청구공사 5배 확대 작년 3분기 말 기준 HLB바이오스텝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4억원이다. 2024년 말 407억원에서 49.9% 줄어들었다. 2023년 말 676억원까지 늘어났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4년과 작년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영업 부진이 현금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3월 HLB에 인수된 HLB바이오스텝은 인수 첫 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4.1% 감소했고 2023년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이 2022년 566억원에서 2023년 336억원으로 40.6% 줄어들었고 5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1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105억원으로 영업손실이 6배 이상 늘어났고 당기순손실도 7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역시 3분기 누적 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69억원에서 손실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누적 순손실도 34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시장 경색으로 수년간 HLB바이오스텝이 영위하는 비임상 CRO 시장의 불황이 이어졌지만 물가 상승으로 외주비 등은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 3분기 HLB바이오스텝의 외주비는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89억원 대비 46.5% 증가했다.
특히 작년에는 계약자산의 확대로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출이 더욱 늘어났다. 작년 영업활동현금활동 순유출 금액은 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63억원 대비 2배 증가했다.
순손실 규모는 34억원에 그쳤지만 미청구공사금액이 2024년 말 29억원에서 작년 3분기 말 151억원으로 5배 늘어났다. 미청구공사는 이미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의미한다.
이미 공사에 현금이 사용됐고 재무제표상에도 수익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은 항목이다. 매출채권과 유사한 개념으로 누적시 기업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친다.
◇HLB파나진 지분가치 절반 하락, 비임상 CRO 시장 회복 기대 영업활동현금흐름 외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에서도 현금흐름 순유출이 발생했다. 투자활동 재무활동에서 각각 34억원, 41억원의 현금흐름 순유출이 집계됐다.
연간 현금흐름 순유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HLB바이오스텝이 연말 계열사 HLB이노베이션 주식을 추가 매입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29일 총 227만2084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했다. HLB바이오스텝의 HLB이노베이션 지분율은 기존 0.88%에서 2.44%로 높아졌다.
총 계약 금액은 45억원이다. 작년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04억원의 22.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00억원 이상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출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유동성 관리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HLB바이오스텝도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20억원 규모의 EB를 SK증권과비에프에이, 씨에스어드바이저스, 제이제이에셋 등 4개사에 발행했다.
HLB바이오스텝은 추가 지분 투자 이유로 차세대 CAR-T 치료제의 높은 시장 가능성을 꼽았다. HLB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고형암 CAR-T 치료제 'SynKIR-110' 기술 경쟁력과 임상 진전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전략적 결정이다.
앞서 HLB바이오스텝은 HLB그룹 편입 후 다양한 계열사에 투자를 진행해왔다. 2023년 HLB파나진에 110억원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HLB사이언스와 HLB이노베이션에도 각각 30억원, 20억원씩 투입했다. 작년에는 HLB펩의 지분도 20억원 어치 매입했고 1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인수했다.
뚜렷한 투자 수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110억원의 투자해 매입한 HLB파나진 주식 325만1551주의 현재 시장가치는 약 56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HLB사이언스 주식 130만4348주는 HLB와의 합병에 따라 약 5만8000주의 HLB 주식으로 전환된다. 기 투자금 30억원과 동일한 시장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HLB 관계자는 "계열사 관계를 떠나 차세대 CAR-T 치료제 기술의 우수성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 현황과 비임상 CRO 시장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재무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