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담보는 자사주가 활용된다. 조달한 자금은 자회사의 유상증자에 쓰인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도입을 골자로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는데 따라 자사주를 활용하는 조달 방안을 택했다.
광동제약은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2004년 이후 한차례도 소각을 단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자사주를 활용해 오너의 지배력을 보완한다고 평가됐다. 향후 잔여 자사주에 대한 추가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250억 규모 EB 발행 결정, 프리시젼 등 계열사 자금 지원 용도 광동제약은 최근 250억원 규모의 제1회차 EB 발행을 결정했다. 대상은 대신증권으로 교환청구 기간은 2025년 11월 28일부터 2030년 9월 28일까지 약 5년이다. 납입일은 이달 28일이다.
EB 담보는 광동제약이 보유 중이던 자사주 379만3626주다. E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다.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이나 풋옵션 조건도 두지 않았다.
교환가액은 최근 1개월간 가중산술평균주가 등 대비 15% 할증된 6590원으로 설정됐다. 21일 광동제약의 종가는 5880원이다. 투자자가 교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주가가 현재 대비 15%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점은 교환권 행사 시 주식이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이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부분이다. 이사회 결의일 전일 중 가장 높은 주가를 기준 가액으로 삼았다. 여기에 교환가액이 주식의 액면가 1000원보다 낮을 경우에는 이를 최저 한도로 적용한다.
광동제약은 단기간 내 지분율 희석 부담을 줄이면서 무이자로 250억원을 조달한 셈이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자회사로 투입해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할 전망이다.
대상은 프리시젼바이오와 광동헬스바이오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각각 170억원, 30억원을 지원한다. 일종의 지분거래 방식이다. 광동헬스바이오의 경우에는 대여금 형식으로 50억원을 추가 공급한다.
프리시젼바이오와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을 추진한다. 프리시젼바이오의 장비 플랫폼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해 광동제약의 건강기능식품 정보를 연동하는 게 골자다. 소비자의 정보를 입력하면 상태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광동헬스바이오는 오창공장의 설비 증설 및 고도화 작업에 자금을 투입할 전망이다. 작년부터 생산성 향상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더 공격적인 투자로 해당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20년간 총 697억 자사주 매입, 추가 활용 가능성 거론 이 결정은 재무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자금 조달 방향 고민과 최근 자본시장 정책 흐름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자사주 의무 소각 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담보 EB 발행을 택하고 있다.
광동제약이 2004년부터 약 20년 동안 매입한 자사주 금액은 총 697억원이다. 올해 반기 말 기준 광동제약이 보유한 자기주식은 총 1314만239주다. 전체 발행 주식은 5242만851주로 자사주 비율은 25.1%에 달한다.
광동제약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잇단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는데 주목된다. 전자공시시스템상 광동제약이 자사주를 처분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특히 올해 7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로 자사주를 활용하고 있다.
9월 광동제약의 외주 생산 기업 등을 대상으로 처분한 자사주와 이번 EB 발행으로 활용된 자사주는 752만8582주다. 반기 말 기준 보유한 자사주의 14.36%다. 자사주의 절반가량을 해소한 셈이다.
지금까지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던 기조와 맞물린다. 광동제약의 창업자 고 최수부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성원 회장이 보유한 개인 지분은 6.59%다. 모친 박일희 씨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더해도 지분은 18.49%에 그친다.
일반적으로 의결권 확보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30%에 비해 부족한 상태다.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지배력을 보완할 수 있어 광동제약에 자사주는 소각보단 활용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 잔여 자사주도 소각보단 활용할 가능성이 야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벨은 자사주 활용 방안 관련 문의를 위해를 광동제약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