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 통과가 눈 앞에 다가오면서 증권가는 기업들의 연이은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으로 들썩였다. 법안 통과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노려 소각 대신 현금화를 택한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EB 발행 건수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도 칼을 뽑아들었다. 당국은 최근 EB 공시 의무 강화 개정안을 적용하기도 했다. 첫 본보기는 광동제약이다. 광동제약은 금융감독원의 정정 명령 부과에 따라 자사주와 EB 발행 결정을 철회했다.
◇칼 빼든 금감원에 광동제약 첫 덜미, EB 발행 '철회' 결정 현금 확보가 절실한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유독 EB 발행이 활발히 일어났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자사주 대상 EB 발행을 발표한 기업은 11곳이나 된다.
제약바이오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곳곳에서 회피성 EB 발행이 잇따르자 금감원은 공시 강화를 통한 제재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자기주식 처분 결정 및 교환사채권 발행결정 공시 서식을 개정해 이달 20일부터 새 서식을 적용했다.
새 서식은 △EB 발행 선택 이유 △발행 시점의 타당성 △주주 이익 및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재매각 예정 내용 등 6개 항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공교롭게도 광동제약이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새 서식이 적용된 20일이다. 문제가 된 건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의 기재 내용이다.
광동제약은 EB 발행 이후 대신증권의 재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으나 금감원 확인 결과 대신증권은 광동제약의 EB를 인수 당일 처분키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감원은 23일 해당 보고서에 대한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정 공시가 적용된 첫 날 광동제약이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했고 기준에 어긋나는 내용을 발견했다"며 "광동제약은 이번 신규 공시 기준의 1호 제재 대상으로 금감원은 EB 발행에 대해서 더 엄정한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광동제약은 28일 자사주 처분 결정과 EB 발행 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EB 발행을 통해 계열사인 프리시젼바이오와 광동헬스바이오에 자금을 지원하고자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광동제약은 추후 다른 조달 방안을 통해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상법 이어 세법 개정도 추진, 자사주 소각 의무 압박 '강화' 금감원의 제재와 함께 자사주 의무 소각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자사주 매입을 자본 거래로 명확히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세법은 자사주를 '자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매입한 자사주가 주주 환원 수단이 아닌 주가안정·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개정된 법안은 자사주를 자본으로 명확히 규정한다. 이 경우 기업이 현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지금과 달리 자산과 자본이 함께 줄어들게 된다. 실질적으로 자본이 줄어든 효과가 나기 때문에 회계상 자사주 매입 이후에는 곧바로 소각을 해야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이번 세법 개정안 발의는 3차 상법개정안의 핵심인 자사주 의무 소각을 뒷받침하는 시도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바탕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기업들은 법안 발의 이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이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개정안 발의 전까지 EB 발행 등을 통해 자사주를 현금화하는 것이 이득이다.
이에 따라 3차 상법개정안 통과가 가시화된 하반기부터 자사주 대상 EB 발행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상장사가 발행한 EB 규모는 3조38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