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종전까지 가지고 있던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활용했다. 조달 자금은 약 160억원이다. 명확한 자금 활용 계획을 명시하지 않은 가운데 자사주 의무 소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선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은 2일 16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공시했다. EB 발행 대상은 에이치PE가 운용하는 블라인드 펀드 에이치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다. 교환청구일은 2025년 9월 16일부터 2030년 9월 2일까지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교환사채의 담보다. 이번 EB는 대원제약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99만4144주를 담보로 발행됐다. 담보로 활용된 자사주는 대원제약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이다.
대원제약이 자사주를 처분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011년 당시에는 보청기 업체 딜라이트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마련이 목적이었다. 이후 10여년간 자사주 취득만을 이어오던 대원제약이 돌연 자사주 처분을 결정한 셈이다.
이 결정은 최근 자본시장 정책 흐름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최근 정부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발효 이후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현금화를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최근 첫 EB를 발행한 삼천당제약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자사주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자사주 활용은 신중해야 한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인 상태에서는 의결권이 없어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교환권이 발동되면 보통주로 전환된다. 시장에 풀렸을 경우 지분 희석 등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원제약이 가지고 있던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4.43%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주 교환이 된다고 해서 최대주주 지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발행조건도 대원제약에 우호적이다. 이번 EB는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이 모두 0%다. 교환권 행사를 통해 단기 내 주식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이번 EB 교환가액은 1만5951원으로 2일 종가보다 22.7% 높은 수준이다.
통상 교환가액이 현 주가 대비 10% 정도 높게 설정되는 것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대원제약의 주가가 최근 1년간 1만5000원선을 넘은 적은 손에 꼽는다. 별도의 리픽싱 조건도 없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역시 2027 8월 10일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약 2년간 상환 압박도 없다. 대원제약에게는 사실상 무이자로 160억원을 조달한 묘수인 셈이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이번 EB 발행은 자사주 처분을 위해 진행된 것"이라며 "조달자금은 올해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