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KCC의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54%에서 올해 9월 말 117%로 낮아졌다. 부채비율이 개선된 이유는 분자인 부채총액 감소가 아닌 분모인 자기자본 증가였다. KCC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단행한 교환사채(EB) 발행이나 자산 재평가보다는 보유한 타사주식 가격 상승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KCC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KCC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TPL) 취득원가는 1조4463억원에서 올해 9월 말 평가금액 4조4334억원까지 올랐다. 평가이익만 2조9871억원 규모로 해당 증가분이 자본확대의 핵심 기반이 됐다. KCC는 삼성물산, 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상장사 지분을 장기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 지분의 경우 취득원가 1조811억원 대비 평가금액이 3조1400억원으로 약 2조3000억원 상승했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취득원가 1730억원에서 평가금액 1조1360억원으로 뛰며 약 1조원 규모의 평가이익을 반영했다. 이들 두 종목만 합쳐도 3조원 넘는 공정가치 증가가 발생한 셈이다.
*출처=KCC
금융자산의 공정가치 증가는 재무상태표 상 자기자본을 끌어올려 부채비율 개선을 견인했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분모인 자본이 증가할 경우 부채총액이 줄지 않더라도 지표는 개선된다. KCC의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총액은 약 8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4000억원) 대비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5조4600억원에서 7조원대로 늘어나며 부채비율 하락이 나타났다.
반면 시장에서 관심을 모았던 EB 발행은 오히려 부채비율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7월 KCC는 약 88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회사는 현금 조달 확대와 차입구조 개선을 EB 발행의 목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EB는 사채라는 점에서 부채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KCC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23%에서 98%로 오히려 낮아졌는데, 이는 EB 발행으로 유동부채가 늘어난 탓이다.
특히 EB 발행은 교환권이 포함된 파생결합 조건 때문에 ‘기타유동금융부채’ 형태의 파생상품부채까지 함께 증가시킨다. 실제로 KCC는 3분기 EB 발행 과정에서 약 3000억원 규모의 파생상품부채가 반영되며 유동금융부채가 확대됐다. 주가가 오를수록 투자자에게 유리해지면서 회사는 미래 손실을 거의 확실히 부담하게 된다. 이 같은 가능성을 부채로 잡아둔 것이 파생상품부채다.
차입 구조 재편 역시 자본총계를 끌어올릴 만한 규모의 변화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KCC는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을 1조341억원 상환했고 유동성장기차입금을 1465억원 줄였지만 장기차입 신규 조달이 2001억원, 단기차입금 증가가 1049억원 수준으로 전체적인 차입 규모는 큰 폭의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부채총액 자체는 약 2% 수준의 미세 조정에 그쳤다.
이에 따라 KCC의 재무구조 개선은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 확대로 부채비율은 개선됐지만 이는 주가 변동성에 따라 언제든 방향이 바뀔 수 있는 구조다. 금융자산 평가손익은 비현금성 항목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재무체력 또는 레버리지 축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확대로 인해 표면적 지표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KCC 같이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은 주가 등락에 따라 자본 변동성이 크다”며 “부채비율 개선이 계속될지 여부는 영업현금흐름과 실적 기반 자본 축적이 가능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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