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공식 선임하며 재무관리 체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KCC의 CFO는 회계·재무 부문을 담당해온 정세의 상무다.
CFO가 선임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2019년부터 6년에 걸쳐 늘어나던 차입금은 기세가 꺾였다. 올해에는 보유지분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고 외화채를 찍어내며 이자부담을 줄이기도 했다.
◇25년 회계 한우물 판 내부 전문가 발탁
KCC는 2024년 12월 내놓은 2025년 정기인사를 통해 정세의 상무를 CFO로 선임했다. 정 상무는 회계와 재무 관련 실무를 두루 거친 내부인사다. KCC 재직 기간 동안 재무제표 관리,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공시 업무 등을 담당해 왔다.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 형태로 CFO를 선임한 점은 안정적 관리기조를 중시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정세의 상무는 20년 이상 회계업에 몸담아온 회계 전문가다. 2019년 KCC에 회계임원으로 선임된 후 2021년 회계 총괄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CFO로 선임돼 업무 영역을 회계에서 재무까지 확장했다. 정 상무는 단국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KCC에서만 근무한 인물로 29년 근무 경력 가운데 25년을 회계 및 재무 분야에서 일했다.
지난해 정 상무가 CFO로 선임되기 이전까지 KCC에는 CFO가 없었다. KCC는 2024년부터 C레벨 직제를 확대 및 정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기획책임자(CP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선임됐다. 2025년 임원인사에서는 업무영역이 비슷한 CAO는 사라지고 CFO가 신설됐다. 정 상무 이전에 KCC의 재무 및 회계를 담당했던 임원은 이재원 관리본부장(전무, CAO)이다. 그는 2025년 정기 인사 때 생산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2024년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기도 했다. 정 상무의 CFO 선임은 비상경영체제에 맞춰 재무관리에 고삐를 죄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 상무는 재무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KCC는 2024년 말~2025년 5월 자산재평가를 통해 1조5087억원의 차액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1조1616억원은 자본으로 분류됐다. 이를 통해 KCC는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을 낮췄다.
차입금 자체도 증가세가 꺾였다. 2025년 9월 말 기준 KCC 연결기준 차입금은 5조2143억원까지 줄어들며 증가 흐름이 일단 멈춘 모습이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에 걸쳐 이어졌던 차입 확대 국면이 정체 또는 조정 국면으로 전환된 셈이다.
연결기준 KCC의 총차입금은 2019년 1조8757억원, 2020년 2조5095억원, 2021년 4조6918억원 2022년 5조222억원, 2023년 5조3005억원, 2024년 5조3405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모멘티브 인수금융 영향이다. KCC의 차입금은 미국 실리콘 제조 계열사인 모멘티브 인수를 기점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금융비용 절감 집중…EB 등으로 인수금융 축소
정 상무는 금융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특히 KCC의 금융비용을 줄이는 작업에 집중했다. KCC의 연결기준 금융비용은 2021년 1427억원, 2022년 1792억원, 2023년 2580억원, 2024년 3504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올 9월에는 2503억원으로 전년동기 2526억원보다 0.9% 줄었다.
정 상무는 우선 KCC가 보유한 타법인의 지분을 활용해 이자부담을 줄였다. KCC는 7월 외화표시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대상은 HD한국조선해양 주식 205만4614주, 발행 규모는 8828억원이다. KCC는 EB 발행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모멘티브 인수금융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투입한다. KCC는 2024년 말에도 5579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금융 부담을 줄였다.
KCC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BNP 파리바 등에서 빌린 인수자금 규모는 2023년 말 1조9805억원, 2024년 말 1조9216억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7512억원으로 줄었다.
국민은행에서 빌린 1조원 가량은 SOFR 3개월 기준 0.029%p, BNP 파리바에서 빌린 신디케이트 론은 SOFR 1개월 기준 0.04%p가 가산됐다. 3분기 보고서 상에 쓰인 SOFR 금리가 4.91~8.13% 사이였다는 점, 지난해 7월 발행된 EB가 1.75%의 금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차환으로 3.16~6.38%p 금리가 낮아졌다. 환산하면 연간 이자비용이 278억원~563억원 정도 낮아진 것이다.
2024년 말 유증은 별도의 차입없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에는 KCC 현금이 줄었다. 이를 고려하면 2024년 유증으로는 270억원~447억원 안팎의 이자비용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월에는 모멘티브가 외화채 발행을 통해 이자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모멘티브의 공모 외화채 조달은 처음이었지만 KB국민은행의 보증을 받아 모집액인 7억 달러의 3배가 넘는 24억달러의 주문을 받았다. 부채비율은 변동이 없지만 이를 통해 이자비용이 줄면서 잉여현금흐름(FCF)가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