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 1년 차에 맞춰 지주사 신세계의 재무축을 재정비했다. 백화점부문 재무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던 우정섭 전무가 지원본부장(CFO)으로 복귀하고 전임자인 홍승오 전무는 백화점 재무관리본부장으로 이동했다.
신세계 전략실 출신인 우 전무는 그룹 내부에서 줄곧 재무라인으로 성장해 온 전문가다. 그가 계열분리 선언 후 다시 지주사 재무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분리 이후 급격히 변화하는 경영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그룹의 의도가 엿보인다.
◇30년 재무 경력, 그룹 내부 조율 경험 갖춘 '전략실 산증인' 우 전무는 1994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회계팀 입사 후 30년 넘게 회계·경리·재무를 두루 거친 대표적 내부 재무통이다. 2016년 임원 승진 이후 신세계사이먼과 신세계 재무담당을 맡았고 2017년 전략실 재무팀장을 지내며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우 전무는 경력의 상당부분을 신세계그룹 전략실을 거쳤다. 신세계 전략실은 1993년 출범했다. 경영지원실 경영전략실 등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 기능은 출범 후 줄곧 그룹 경영의 축 역할을 담당하는 그룹 헤드쿼터(GHQ)다. 전략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내부 조율 능력이 우 전무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CFO 경험도 이미 갖고 있다. 2021년 전무 승진 당시 전략실·관리 조직이 재무본부로 통합되는 개편이 이뤄졌는데 이때 재무본부장을 맡아 사실상 CFO 역할을 수행했다. 2023년 재무라인 재배치 과정에서 백화점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번 인사를 통해 다시 지주사 재무총괄 격인 지원본부장으로 복귀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신세계 CFO인 홍승오 전무와 보직이 맞바뀌었다. 홍 전무는 CJ, 딜로이트컨설팅, 금호건설, 삼성전자 등을 거친 외부 출신 인사다. 이를 고려하면 지주사 중심의 재무 컨트롤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려는 그룹 방향성이 분명하게 드러난 인사다.
◇전략실 인사들의 재배치, 지주사 중심 컨트롤 강화 전망 계열분리 이후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신세계 양측이 각각의 성장 로드맵을 구현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더불어 유통업 환경 변화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이후 백화점 중심의 사업 재배치도 필요하다.
여러모로 지주사인 신세계가 재무적인 안정성을 갖추는 게 계열분리는 물론 각사별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다. 이번 CFO 교체는 이러한 국면을 내부 출신 재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으로 재무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다.
우 전무의 복귀는 이사회 구성 변화 가능성과도 연동된다. 신세계는 전통적으로 CFO를 지원본부장으로 두고 사내이사로 참여시켜 왔다. 전임자인 홍 전무도 사내이사로서 주요 소위원회 활동을 담당해 왔다. 우 전무는 현재 미등기임원이다. 보직이 교체된 걸 고려하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CFO가 이사회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 전무가 다시 CFO로 오르면서 전략실 출신 인사를 주요 계열사의 재무총괄로 배치하는 그룹의 전통 또한 유지되고 있다. 계열분리 선언 후에도 이마트와 신세계 양측은 모두 전략실 경험자를 CFO로 세웠다. 현재 이마트 CFO는 이용명 상무보다. 이 상무보 또한 2005년 신세계 경영전략실을 경험한 인사다.
이밖에 계열사 재무 및 조정·통합 기능 또한 전략실 DNA를 공유한 인물들이 담당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 세대교체가 나타나고 비(非)전략실 출신이 기용되기도 했지만 핵심 재무 의사결정 라인은 전략실 인사가 담당하는 기조가 큰 틀에서 유지된 모습이다.
우정섭 전무의 복귀는 계열분리 이후 재무 안정성과 내부 조율을 우선 순위에 둔 그룹의 선택이다. 전략실에서 축적한 경험과 재무본부장 시절의 조정 역량을 갖춘 인물을 지주사 중심축에 다시 세움으로써 신세계그룹이 중장기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재무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이 명료하게 나타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