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글라스에는 공식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다. 재무, 회계 관리는 관리본부장인 권순원 부사장이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권 부사장이 KCC글라스의 사외이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권 부사장이 재무관리를 맡은 이후 KCC글라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적자까지 기록했다. 실적부진이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신용등급 하방압력도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실적부진 부담 이어져 권순원 KCC글라스 부사장은 2023년 3월부터 KCC의 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KCC그룹 계열사들은 기존에 공식적으로 CFO를 두지 않았다. 그룹에서는 KCC만이 2025년 CFO 자리를 공식화했다.
권 부사장이 관리본부장을 맡은 2023년은 KCC글라스가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던 시점이다. 2024년 해당 투자는 마무리됐지만 유리 부문 수익성 저하와 신규 공장 가동 부담이 겹치며 재무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신평사 역시 인도네시아 공장의 가동안정화 속도와 판유리 판가 추이를 향후 주요 모니터링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권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8~2002년과 2004~2006년에는 기획예산처에서 근무하며 공공 재정과 정책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2002~2004년에는 KTF 법인영업팀에서 일하며 민간 기업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07~2015년에는 안진회계법인 공공부문 리더로 재직했고 2015~2019년에는 진영컨설팅 대표를 지냈다.
그는 KCC글라스가 KCC에서 인적분할로 독립한 직후인 2020년 1월 회사의 첫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2023년 3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회 내 주요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022년 사외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를 2024년까지 연장했지만 2023년 3월 사외이사직을 내려놓고 KCC글라스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는 전임자인 조광우 부사장의 퇴임이 예정돼 있던 시점과 맞물린 인사였다.
권 부사장이 경영진으로 합류한 이후 KCC글라스는 인도네시아 판유리 공장 건설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 단계에 올려놨다. KCC글라스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에 약 3000억원을 투입했다. 자본적지출(CAPEX)은 2020년 16억원에서 2021년 1198억원, 2022년 925억원, 2023년 1184억원, 2024년 2397억원으로 늘었다.
KCC글라스는 2024년 10월 준공을 거쳐 2025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44만톤 수준으로 국내 판유리 생산설비의 절반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가 끝났음에도 재무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국내 판유리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 심화로 판가 하락이 지속되며 유리 부문 채산성이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건설경기 저하에 따른 유리 부문의 재고자산평가손실 180억원이 발생했고 인도네시아 공장 초기 가동 과정에서 영업손실도 불가피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인도네시아 공장은 매출 319억원, 영업손실 463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KCC글라스는 2025년 3분기 누적 5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OCF) 역시 2023년 1675억원, 2024년 2034억원에서 2025년 3분기 -15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수익성 저하, 운전자본 부담 확대는 재무지표에도 반영됐다. 2025년 9월 말 기준 KCC글라스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5413억원, 순차입금은 232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순차입금의 증가폭이 가파르다. KCC글라스 순차입금은 2021년 -2193억원, 2022년 -110억원, 2023년 264억원, 2024년 1398억원, 2025년 3분기 2320억원으로 늘었다.
◇재무지표 악화됐지만 현금 풍부하고 만기구조 분산 등급의 하방압력도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차입금의존도 20% 초과, 한국신용평가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매출 7% 미만, 차입금의존도 25% 초과을 등급하향 검토요인 정량지표로 제시했다. 3분기 말 수치는 한기평의 하향트리거를 건드리고 있다. 3년 평균치는 경계선에 걸쳐있다. 한신평의 트리거는 아직 발동전이지만 수치는 꾸준히 등급 하한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23.2%까지 상승해 신용등급 하향 변동 기준선을 넘어섰다. 한국기업평가는 전사 수익성 저하와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로 인한 자본적 지출이 차입 부담을 확대시킨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평사는 동시에 KCC글라스의 누적된 자본완충력과 유동성 대응 능력도 함께 짚었다. 2024년까지 순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며 자본이 축적됐다.
김 부사장이 재무부담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차입만기 구조를 단기화하지 않고 분산했다는 점 역시 높게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KCC글라스 차입금의 대부분은 장기차입금으로 이뤄져 있고 현금성자산은 2025년 9월 말 기준 3093억원으로 단기차입금 대비 풍부하다. KCC글라스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2023년 78억원, 2024년 68억원, 2025년 3월 말 56억원으로 50~70억원대로 유지되고 있다.
김 부사장이 재무관리를 맡은 이후 KCC글라스는 시장성 조달을 늘리고 있다. 회사채 발행량은 2023년 1998억원에서 2024년 2396억원, 2025년 9월 말 4393억원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