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바이오텍에 있어 시간은 곧 비용이죠. 한번 선택한 신약 개발 경로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파이프라인을 접는 순간 그동안 투입한 연구 자원과 사업 연속성이 함께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이오텍 업계에서 개발 물질이나 사업 전략을 전환하는 '피보팅'은 금기에 가깝습니다. R&D를 접는 행위는 단순한 전략 수정이 아니라 과학자로서의 커리어와 판단을 함께 내려놓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지놈앤컴퍼니는 2025년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GEN-001 담도암 2상 임상을 자진 철회하며 신약 파이프라인 정리에 착수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서 사실상 물러나고 항체 기반 신약 개발로 방향을 명확히 했죠. 바이오텍이 그토록 꺼리는 피보팅 선언이었습니다.
선언 후 1년이 지나고서야 시장은 지놈앤컴퍼니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이란 인식을 걷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은 글로벌 단위 연구가 지속돼 왔지만 유효성(POC) 입증이 까다롭다는 평가가 누적돼 온 영역입니다. 아직도 지놈앤컴퍼니가 항체·ADC 개발 성과 역시 같은 프레임 안에서 묶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의 최근 1년 주가는 피보팅 선언 후 최저점을 지나 200% 넘게 상승했습니다. 이달 들어 시가총액도 34개월만에 3000억원을 넘었습니다. 한때 조단위에 육박했던 것과 대비해 아직 볼륨은 작지만 회복세를 보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지놈앤컴퍼니는 2025년 피보팅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대신 항체와 ADC R&D에 집중하는 바이오텍으로의 새출발을 공식화했습니다. 이후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컨슈머 영역으로 재편했고 신약 R&D 자원은 항체와 ADC에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에서 제기하는 의구심을 딛고 험로를 지나온 지 1년이 돼 갑니다. 그런데 뜻밖에 항체·ADC 중심 R&D 구조의 변화를 성과 단위로 논의할 수 있는 지점까지 이동했습니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통상적인 피보팅의 시간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는 사실 지놈앤컴퍼니가 사업 전환 공식화 이전부터 항체와 ADC 관련 사업을 추진하던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상장 과정에선 마이크로바이옴이 지놈앤컴퍼니를 설명하는 주된 키워드였지만 상장 후 사업화 성과 역시 ADC용 항체 기술이전(L/O)에서 가장 먼저 나왔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2024년 6월 지놈앤컴퍼니는 신규 타깃 ADC용 항체 GENA-111을 스위스 디바이오팜에 기술이전했습니다. 전임상 단계 에셋을 대상으로 한 거래로 항체 기반 파이프라인에서의 첫 사업개발 성과였습니다. 회사는 이 딜을 계기로 후기 임상 진입보다 전임상 데이터 패키지를 구축해 기술이전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유지했습니다.
이 전략은 2025년 2월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지놈앤컴퍼니는 신규 타깃 면역관문억제제 GENA-104를 영국 엘립시스파마에 기술이전했습니다. CNTN4를 타깃으로 한 GENA-104는 전임상 단계에서 패키지를 대부분 구축한 뒤 제3자 이전을 추진하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지놈앤컴퍼니가 다음 핵심 에셋으로 제시하는 물질도 역시 ADC입니다. GENA-120은 ITGB4를 표적하는 ADC로 전임상 단계 효능과 안정성 데이터를 공개한 상황입니다. 동물모델에서 종양 성장 억제 효과와 낮은 독성이 확인됐고 혈중 안정성 역시 확보된 상태입니다.
◇Market View 하지만 2건의 연속적인 파이프라인 거래와 후속 파이프라인의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애당초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포지셔닝됐던 터라 딜 자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었습니다. 지놈앤컴퍼니가 2025년 3월 고심 끝에 시장을 향해 '사업 전환'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지놈앤컴퍼니를 붙잡던 마이크로바이옴 선입견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항체·ADC 중심으로 전략이 조정된 이후 전임상 단계 에셋들이 순차적으로 기술이전으로 이어졌고 신규 파이프라인의 데이터 공개도 지속됐습니다. 전략 변화와 사업개발 결과가 시간차를 두고 동시에 인식되기 시작한 구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 주가가 지난 1년 간 피보팅을 거쳐 최저점을 지나 반등을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 안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상장 당시 대비 기대감 중심의 선반영 국면이라기보다, 사업개발 결과가 확인된 이후 반응이 나타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구분됩니다.
◇Keyman & Comments 
지놈앤컴퍼니의 전략 전환의 중심에는 홍유석 대표이사가 있습니다. 홍 대표는 2023년 지놈앤컴퍼니 대표이사로 합류한 이후, 마이크로바이옴 CDMO 중심 구조에서 항체·ADC 기반 항암제 개발로의 전환을 총괄해 왔습니다. 연구자 중심 조직보다는 글로벌 제약사의 사업개발과 조직 운영 경험을 축적해 온 경영자에 가까운 이력입니다.
홍 대표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이후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으며 일라이릴리 한국법인 대표와 GSK 한국법인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신약 도입, 사업개발, 조직 운영 전반을 경험한 이력은 지놈앤컴퍼니의 현재 전략과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후기 임상 단계까지 단독 개발을 이어가기보다 전임상 단계에서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한 뒤 기술이전으로 연결하는 전략 역시 이러한 사업개발 중심 경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항체·ADC 전환 이후 지놈앤컴퍼니는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연속적인 기술이전을 성사시켰습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기술적 기반인 지노믹스를 접목한 신규 항암 타깃 발굴과 파이프라인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매년 한 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R&D 전략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